[데스크 칼럼] 부동산대책…팔 수 있어야 살 수도 있다

손자병법 군쟁(軍爭) 편에는 전투 중 여덟 가지 금기사항이 나온다. 대부분 적이 유리한 곳에 있거나, 속이려 들 때 덤비지 말라는 경계다. 유일하게 아군이 유리한 상황에서의 금기가 등장한다.

“포위된 적에게는 퇴로를 열어주라. 궁지에 몰린 적을 무리하게 몰아 부치지 말라”(圍師必闕 窮寇勿迫)

9.13 부동산 대책을 보면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섬멸할 작정인 듯하다. 주거안정을 위협하고 양극화로 사회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투기는 근절되는 게 맞다. 문제는 그렇다고 시장을 너무 위축시키면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주택 서민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소형주택에서 중형 주택으로 옮겨가는 수요도 존중해야 한다. 9.13 조치대로면 돈 빌려 내 집 사기와 내 집 늘리기는 너무 어렵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수급 균형이 필요하다. 신규 공급엔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다주택 보유자가 매물을 내놓게 해야 한다. 8.2대책의 패착 가운데 하나가 양도세 중과와 임대사업자 혜택이다. 36계 가운데 16계가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을 풀어주다(欲擒姑縱)’이다.

물론 제22계에는 ‘세력이 약한 소규모의 적은 문을 닫아 걸고 포위해 섬멸한다(關門捉賊)’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엄밀히 다주택이나 갭투자가 불법은 아니다. 얄밉지만 섬멸의 대상까지는 아니다.

내년부터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면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에야 현재 시가대비 과표 수준이 30%도 채 안되지만, 이를 두 배 이상으로 올린다면 세 부담은 그 보다 훨씬 더 늘어나게 된다. 버티기를 막으려면 다주택을 파는 게 유리한 선택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적정한 수준에서 세금을 낸다면 부동산으로 어느 정도 투자수익을 실현하는 것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때 안정적인 매매시장 형성이 중요하다. 변동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유동성 조정이 필요하다. 집값 급등도 문제지만, 가계 빚의 기초자산인 점을 감안하면 집값이 급락해도 경제에는 치명적이다.

동시에 부동산에 몰렸던 자금이 갈 다른 통로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이른바 생산적 금융이다. 당장 투자처가 마땅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금을 유치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당근’이 필요하다.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곳에 투자된다면 세제혜택에도 과감해야 한다. 세수는 잉여이고, 재정으로 일자리를 지원하는 마당이다. 세수 보다는 경제에 돈이 돌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규제의 안정성도 고려해야 한다. 현정부 부동산 정책의 기둥은 이른바 ‘규제지역’이다. 금융규제의 핵심 근거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규제지역’은 비상조치다. 근거가 되는 주택법을 봐도 지정이유가 사라지면 해제하도록 하는 취지다. 침체되면 해제했다, 과열되면 지정되는 냉탕온탕 정책은 지양되어야 한다.

조조(曹操)는 손자병법 서문에 “성인의 용병은 평소 무기를 거두었다가 필요한 때에만 움직인다”(聖人之用兵, 而時動)이라고 적었다. 또 “군주는 한때의 노여움으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되고, 장수는 한때의 분노로 전투를 해서는 안 된다. 나라의 이익에 부합하면 움직이고, 그렇지 못하면 바로 멈춘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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