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거리핵폐기협약 파기’ 거론…러시아 압박

러시아 무기 개발에 촉각…내주 뉴욕 군축회의서 우선 과제 논의
매티스 미 국방 “현 상황은 그대로 넘길 수 없는 단계”

미국이 4일(현지시간) 중거리 핵무기 폐기 조약(INF)의 파기 가능성을 언급하며 러시아를 상대로 다시 압박에 나섰다.

로버트 우드 미국 제네바대표부 군축담당 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 상황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며 “지속적인 협정 위반을 다루기 위해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INF는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협정으로 사거리가 500∼5천500㎞인 중·단거리 핵무기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로버트 우드 미 제네바대표부 군축담당 대사 [EPA=연합뉴스]

 

동서 진영으로 나뉘어 군비 경쟁을 하던 냉전 시대의 끝을 예고한 역사적 협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INF 체결 이후 미국과 소련은 2천700여 기에 이르는 중·단거리 탄도·순항 미사일을 폐기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미국과 러시아에서 전략무기 개발이 이어지면서 양국은 서로 INF를 위배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 3월 의회 연설에서 신형 핵 미사일 개발을 발표하는 등 신무기 개발을 공식화하자 미국은 러시아에 INF를 준수하라고 여러 차례 촉구했다.

로버트 우드 대사는 “러시아는 INF를 준수해야 한다”며 내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군축회의에서 미국의 최우선 정책 과제는 러시아의 INF 준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실전 배치한 SSC-8(9M729 시스템) 순항 미사일이 INF 위반이 아니라고 거듭 주장하는 것에 대해 우드 대사는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부인하는 게 러시아가 제일 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도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방장관 회의 후 취재진에 “현 상황은 그대로 넘길 수 없는 단계”라며 러시아의 위반에 대해 외교적, 군사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최종 결정에 대해 “우리 동맹국들과 협력해 우리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NATO 주재 케이 베일리 허치슨 미국 대사도 2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냉전 시대에 체결한 협정을 위반해 미사일 지상발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INF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INF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등 러시아와 긴장이 고조되면서 신냉전 체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제네바=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제작 최자윤, 조혜인] 사진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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