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각시별’ 이제훈의 절제된 미스터리 감정연기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여우각시별’에서 남주 이제훈은 비범하고, 여주 채수빈은 평범하다.

이제훈은 오른 팔이 통증을 못느껴 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다 카이스트 출신에 토익이 만점이다. 반면 채수빈은 삼수끝에 겨우 인천공항에 취직했고, 이제훈 같은 사람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이 두 캐릭터만 봐도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일 수 있다.

두 사람의 삶의 지향방식은 정반대다. 비범한 이제훈은 평범을 지향한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노출하다가는 조직에 있기 힘들다고 팀장(김지수)은 이제훈에게 수시로 충고한다. 적당히 쌩까고 적당히 못본 척 하라고 한다.

반면 평범한 채수빈은 비범을 지향한다. 뭔가 능력을 발휘해 윗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부서인 여객서비스팀 업무를 벗어나는 일에도 사사건건 개입한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금괴를 세관팀으로 바로 신고하지 않고 금괴임을 확인한 후 밀수범을 신고하고 싶다. 당연히 여기저기 기웃거리게 된다. 그래서 채수빈은 ‘민폐 캐릭터’ 느낌을 준다.

하지만 정반대인 이 둘은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돌아오는 인천공항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또 둘간의 소통과 관계를 통해 서로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결핍과 상처를 보듬어 나갈 것이다.

비범한 사람과 평범한 사람은 그 모습을 숨기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본 모습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 드라마는 그 과정에서 재밌는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다. 또한 단 2회만에 이제훈의 오른팔에 얽힌 특별한 비밀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2일 방송된 SBS ‘여우각시별’ 3, 4화에서는 이수연(이제훈)이 폭탄이 설치됐다는 신고를 접수한 공항의 혼잡한 상황 속에서도 원리와 원칙에 따라 일을 해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수연은 실적을 위해 큰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는 다른 직원들과 다르게 일상적인 업무에 집중했다. 면세점에서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불법으로 설치된 배너들을 단속하러 다닌 것. 일의 우선순위가 있는 것 아니냐며 따지는 한여름(채수빈)을 향해서는 “그날 맡은 일을 제때에 제대로 해내는 것, 여객에게 어떤 사고도 생기지 않게 미리 점검하는 것”이 여객서비스팀의 우선순위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수연은 폭탄을 설치했다고 협박 전화를 한 범인의 자수를 유도했다. 부모님이 불법으로 금괴를 운반해주는 대가로 공짜로 해외 가족여행을 떠나게 되자, 그들의 아들이 거짓으로 협박 전화를 한 것. 이수연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학생을 제압해 스스로 자수 전화를 걸도록 유도했다.

일상 업무에 충실하고, 큰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조용하게 처리하는 이수연의 언행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들키지 않고 평범하게 지내기 위함이었다. 그의 바람과는 달리, 이수연은 오른팔에 얽힌 특별한 능력에 대해 발각되기 시작하며 시청자들의 긴장감을 자아냈다. 보안팀장 최무자(이성욱)가 거짓 협박 전화를 한 중학생을 제압하는 이수연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은 물론 한여름 역시 그의 팔에 뜨거운 컵라면을 쏟았으나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이제훈은 자신의 비밀을 숨기고 은밀하게 살아가는 ‘엘리트 미스터리남’ 이수연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호평 받고 있다. 감정을 폭발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감추고자 하는 절제의 미덕이 이수연의 미스터리함을 배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감정의 동요 없이 업무에 충실하면서도 고객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거나 한여름에게 사수로서 일침을 가하는 순간에는 진심 어린 눈빛을 내비치며 인간미를 더했다.

이수연은 파일럿을 꿈꿨으나 중학교 때 사고를 당해 꿈을 접게 된 과거만을 공개한 상황. 이런 과거와 이수연의 오른팔에 얽힌 비밀에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을지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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