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린, 정규 10집, 100여곡을 낸 가수 같은 느낌이 나지 않는 이유는?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가수 린(LYn 37)이 정규 10집 ‘#10’을 발표했다. 가수로서 정규 음반을 10개나 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지난 19년간 100여곡의 신곡을 발표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린은 올드하다거나 중견 느낌이 별로 나지 않는다. 이는 항상 여러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며 자신의 음악을 발전시켜왔기 때문일 것이지만, 특유의 목소리가 한몫한다.

린은 특화된 목소리만으로 ‘린표 발라드’의 특징을 만들어낸다. 우아하고 아련한 느낌을 주는 린의 가녀린 목소리는 애절한 발라드를 부르기에 좋다. 목소리에 약간 힘을 주면 간드러지는 음색이 나오기도 한다.

“제 목소리가 싫은 적도 있었다. 자책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내 목소리는 내 지문 같은 것이다.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 누구도 사랑안해준다. 내 목소리를 사랑하려고 했다. 계속 좋아한다면 목소리를 더 잘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목소리는 주어진 재산이지만 갈고 닦는 노력이 가해져야 함을 말하는 듯했다. 린의 음악이 젊은 것은 목소리 외에도 다양한 장르를 흡수하는 그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에도 이유가 있다.

“나는 수많은 종류의 음악을 듣는다. 장르를 불문하고 좋은 음악들을 듣고 왜 좋은지를 떠올린다, 재즈, 알앤비도 좋아하고, 스패니쉬 기타 사운드도 자주 듣는다. 신인때도 제 노래에 힙합 피처링이 많이 들어갔다. 트렌드를 알고싶어 미국 20살 신예 가수의 음악도 자주 듣는다. 이런 것들이 모두 린만의 스타일로 만들어지는 데 영향을 준다.”

린은 요즘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으로 크러쉬를 꼽았다. 랩도 잘하고 멜로디도 좋고, 가수가 가야할 길을 잘 안내하는 편곡자로서의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린의 발라드는 기승전결이 있는 정통발라드다. 그는 자칫 올드해질 수 있는 정통발라드를 트렌디한 감성의 발라드로 만들어낸다.

10집 타이틀곡인 ‘이별의 온도’는 린과 싱어송라이터 박새별의 공동 작업으로 만들어진 감성적인 발라드로, 연인들의 사랑의 온도가 같은 호흡으로 가지 못하는 점을 표현했다. 린의 애절한 목소리로 미련과 후회, 슬픔, 그리움 등이 잘 표현되고 있다.

“나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발라드를 불러왔고, 이게 대중이 익숙할 거다. 박새별이 작곡한 정승환의 ‘이 바보야’를 들어봤더니, 긴 힘이 느껴졌다. 나는 호흡이 길고 오래 들을 수 있는 그런 곡을 좋아한다. 그래서 박새별과 함께 작사를 했다. 작곡도 박새별이 했다.”

린은 10집을 만들면서 전곡 작사에 참여해 그의 감성이 짙게 녹여져 있다. 가사를 쓰기 위해 많은 책을 읽었다. 수록곡중에는 ‘너는, 책’이라는 노래도 있다. 만남에서 멀어지는 과정을 책 읽는 것에 비유했다. ‘끝을 알지 못하고 겁 없이 읽었어’라는 가사처럼 사랑할수록 초라해지는 한 여자의 심정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원래 책을 좋아한다. 내가 말을 잘 못하고 기분에 따라 성격이 바뀐다. 안정적으로 나를 컨트롤할 수 있는 매체가 필요했는데, 그게 책이었다.”

린도 정규음반을 계속 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표현했다. “10집을 못낼 정도로 힘들었다. 지금까지 해온 작업이 무색해질만큼 불안했다. 그 때는 어떻게 했지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정규 앨범은 시대 상황에도 맞지 않지만, 성패를 떠나 나의 만족감과 자존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노는 것, 쉬는 것, 먹는 걸 좋아하는 태생이 한량이다.”

린 하면 드라마 OST를 빼놓을 수 없다. ‘별에서 온 그대’의 ‘My destiny’. ‘해를 품은 달’의 ‘시간을 거슬러’ 등은 대박을 쳤다. 중국에 ‘강제진출’한 케이스다. 그는 “아무 준비 없이 중국에 갔다. ‘별그대’는 콘텐츠가 히트한 거고 저는 부속품인데도 큰 환대를 받았다. 그들의 친절을 잊을 수 없다. 중국에 또 가고싶다. 정치를 떠나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린은 “유행곡은 차트에 남지만 좋은 곡은 마음에 남는다고 하지 않느냐”는 말을 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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