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확대 숨통 트였지만…신산업 규제 아직은 ‘먼 길’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 속 급한 불 껐지만

4차산업 등 곳곳에 가로놓인 ‘규제지뢰밭’

여야정 합의불구 구체논의 시작엔 역부족

경제계 “위기 공감대…탈규제 능동대응”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5일 광주 라마다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8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탄력근로제를 확대 적용하기로 합의하면서 노동시간 단축으로 혼란을 겪었던 재계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과 맞물린 신사업 분야의 규제혁신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많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함께 각종 규제에 발목 잡힌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꺼리는 가운데 여야정 합의가 실질적인 규제 혁신으로 이어져 기업 경영에 활력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일 재계에 따르면 대내외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혁신안이 여야정 합의를 통해 도출된 것에 기업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당장 이번 여야정 합의를 통해 6개월에서 최대 1개월 단위까지 탄력근로제 확대하는 방안이 도출됐다는 점에 그나마 안도하는 분위기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많은 주의 노동시간을 늘리는 대신 일이 없는 근로시간을 줄여 단위기간 내 평균적인 근로시간을 유지하도록 한 제도지만, 현행 최대 3개월이라는 기간이 취지를 살리기 부족하다는 비판이 애초부터 제기돼왔다. 일부 기업은 탄력근로제를 도입하고 싶어도 법규를 지키기 어려워 적용을 꺼려왔다.

이에 정기보수와 같이 연중 일정 기간 집중근로가 필수적인 정유ㆍ화학업계나 R&D 업종, 계절적 특수성이 있는 업종 등에서 지속적으로 탄력근로제 확대를 주장해 왔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는 1개월 단위 선택근로제나 3개월 단위 탄력근로제를 활용하거나 손이 많이 필요할 때는 외주업체도 고용하는 등 유동적으로 인력을 배치하고 있지만, 효율적인 근무 스케줄을 짜기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탄력근로제 기간 연장이 되면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여야정이 탄력근로제 확대 방향에는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절차나 시한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뿐만 아니라 주당 노동시간이 최대 64시간을 넘을 수 없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며 “기존 정기보수 때는 주당 최대 80~90시간까지 노동시간을 끌어올려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제 새로 만들어진 법 테두리에 들어가려면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경제활성화에 대한 초당적 협력과 추가 규제혁신, 4차 산업혁명 관련법을 신속히 추진하자는 내용 등에 대한 여야정의 합의가 구호에만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간 거듭된 규제개혁 요청에도 정부가 사실상 귀를 막아왔다는 인식이 경제계에 팽배하다. 지금까지 경제계가 정부에 규제개혁 리스트를 제출한 것만 39번 째다.

지난 5일 광주에서 열린 ‘2018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생명·안전 규제는 더 강화돼야 하지만 다른 상당수 규제는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준까지 갔다”며 “기업뿐 아니라 소상공인·창업자들도 국가가 허락해 준 사업만 하라는 건 기본권 침해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계는 각종 경제 지표에서 확인되듯 기업 경영을 둘러싼 환경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만 바라볼 수 없다는 위기감에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위해 기존의 틀을 벗어나 경제계의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규제를 풀어 달라는 사람이 설명을 하고, 풀지 말지를 논쟁할 것이 아니라 ‘탈규제’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현재 존재하는 규제가 왜 있어야 하는지 정당성을 증명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계가 한 목소리로 규제완화를 촉구하는 주요 배경에는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심리가 깔려 있다. 대한상의가 지난 1일 개최한 한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맥킨지 연구소는 한국 경제성장률은 지금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30년이 되면 2.1~2.6%대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같은 기간 2.4~3.2%대로 전망되는 글로벌 경제성장률 예상치보다 저조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승환ㆍ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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