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국면 속 금리 인상 후폭풍…내년 한국경제 리스크 확대 우려

20181130000622_1[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경기 하강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한국경제의 경기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 부진 속에 가계소비와 투자의 위축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주요 기관들이 잇따라 올해와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는 가운데 경기리스크가 커질 것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월 산업 동향 3대 지표가 9개월 만에 일제히 상승했지만, 경기하강을 우려하는 시각은 여전하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 이하 동일)는 전월보다 0.4%, 소매판매지수는 0.2%, 설비투자지수는 1.9% 상승했다.

3대 지표가 동시에 개선된 것은 올해 1월에 이어 9개월 만에다.

하지만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0.2포인트 떨어지면서 7개월 연속 하락하며, 한국경제가 경기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 무게를 싣고 있다. 통상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락으로 전환한 후 6개월 이상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당국이 경기 전환을 공식 선언할지 검토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내년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전망이다.

우선 산업 활동의 양대 축인 소비와 설비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전월과 비교한 소매판매는 7월 0.1%, 8월 0.0%, 9월 -2.1%를 기록하는 등 최근에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가 15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이뤄진 금리 인상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0으로 전월보다 3.5포인트 하락해 21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금리 인상에 따라 설비투자를 위한 자금조달 비용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가 최근 2개월 증가하긴 했지만 시장 분위기여전히 비관론이 우세하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5개월 연속 하락해 2009년4월(98.5)에 이어 최근 9년여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 대출과 기업 자금조달 금리를 끌어올리게 된다. 이는 소비와 투자에 타격을 줘서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요구자료에서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 위축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12%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주요 기관들이 잇따라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 경제성장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한은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9%와 2.8%에서 각각 2.7%로 낮췄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2.8%, 내년 2.6%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올해 2.8%, 내년 2.6%를 전망했지만, 추가 하향조정 가능성이 있고, LG경제연구원은 올해 2.8%에 이어 내년에는 2.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 투자은행들의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도 햐향 일색이다. 지난달 말 기준 씨티는 올해 2.7%, 내년 2.5%, 바클레이즈는 올해 2.7%, 내년 2.6%,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올해와 내년 모두 2.7%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준금리 인상은 소비와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내년 경기에도 부정적”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각 기관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는데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면에 자본유출의 우려가 적어지고, 가계부채 규모를 축소할 수 있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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