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시대 ‘월가의 생존법?’…어떻게든 여성을 피하라

블룸버그 월가 임원 30명 인터뷰

호텔방 다른층 예약 등 규칙도입 보수적인 월가가 ‘미투(#MeTooㆍ나도 피해자다) 시대’를 맞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성과 단둘이 있는 것을 피하라”는 법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어려운 월가에서 여성을 더욱 고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블룸버그통신은 헤지펀드, 로펌, 은행 등 미국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임원 30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이 미투에 겁을 먹고 있다”고 전했다.

미투로 인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들은 여성 동료와의 저녁 식사 금지를 비롯 비행기에서 옆자리 탑승 금지, 호텔방은 다른 층으로 예약, 1대1 미팅 피하기 같은 규칙들을 도입했다.

모건스탠리 임원 출신인 데이비드 반젠은 이같은 월가의 분위기에 대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랜 세월 월가는 직장 내 괴롭힘 등을 법정이나 언론을 통해 노출되지 않도록 막아왔다. 이에따라 미투 운동을 촉발한 할리우드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 같은 대형 스캔들을 피해왔다.

하지만 미투를 원천봉쇄하려다보니 남성들은 특히 젊거나 매력적인 여성 동료와 단둘이 있을 때 몹시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투자 관련 업무를 하는 한 남성은 창문이 없는 회의실에서 여성 동료를 만나지 않고, 엘리베이터에서도 거리를 둔다고 밝혔다. 사모펀드회사에 근무하는 한 남성은 부인의 충고에 따라 35세 미만 여성과는 사업 관련 저녁 식사를 하지 않고 있다.

앞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아내 이외의 다른 여자와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라고 밝혀 ‘펜스 룰’이라는 용어가 나오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이로 인해 여성 고용이 리스크가 되고 있다며 미투 시대를 맞아 여성들의 삶이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로펌회사 포드해리슨의 스티븐 츠바이크 변호사는 “만일 남성들이 여성과 단둘이 일하거나 출장가는 것을 피한다면 혹은 여성에 대해 멘토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성희롱 불만은 피하겠지만 성차별이라는 불만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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