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폐기ㆍ검증 시 의약품ㆍ생필품 제재완화 검토”

美, ‘선(先) 비핵화’ 고수

단계별 관계개선ㆍ상응조치도 겹겹이…“살라미엔 살라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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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북한이 영변핵시설 폐기 및 검증을 한다면 미국은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써 인도적 차원에서의 제재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의 대북ㆍ워싱턴 소식통은 5일 미국은 북한의 영변핵시설 폐기와 이에 대한사찰 허용이 유의미한 비핵화 조치라고 보고 이와 ‘동등한’(equivalent) 수준의 상응조치로써 식량 및 의약품 및 생필품에 대한 제재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HS코드 07ㆍ08ㆍ12류에 해당하는 채소ㆍ과실ㆍ채유용종자 등에 대한 금수완화가 언급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 제 6항은 북한의 과실 및 농식품 수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의약품이나 생필품은 인도주의 차원에도 본래 제재품목이 아니지만 반입과정에서 원료나 자재가 문제가 돼 제재사항에 들어갈 수 있는 리스크가 있었다. 이에 대한 품목설정 완화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모든 비핵화가 이뤄져야지만 미국이 제재완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은 아니다”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단계적으로 제재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워싱턴 소식통은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접근에 따라 미국도 단계적 관계정상화와 제재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북한의 영변핵시설 폐기 및 사찰의지를 무의미하게 평가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관건은 북한이 이같은 조처를 영변핵시설의 폐기와 사찰의 상응조치로 받아들이냐의 여부다. 북측은 그동안 관영매체를 통해 비핵화에 앞서 북미 관계정상화 및 전면적인 제재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하지만 비핵화에 있어서는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에서부터 동창리 미사일엔진시험장ㆍ풍게리 핵실험장 사찰, 그리고 영변핵시설 폐기 등 한겹한겹 다층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워싱턴 소식통은 “북한이 ‘살라미’ 전술을 펼치든, 일괄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든,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협상을 계속해나간다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비핵화가 먼저 이뤄져야 상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따라 상응조치의 성격이나 내용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중요한 것은 북한이 진지하게 대화에 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이끄는 대북협상팀은 북한의 동창리ㆍ풍계리 핵시험장 폐기 및 검증에 대한 구체적 이행방안과 상응조치에 대한 로드맵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측에서 고위급 회담 자체에 응하지 않고 있어 조율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본지(2018년 12월 3일자)는 북한이 지난 11월 중순부터 러시아, 중국, 그리고 남한 정부의 정상회담 제안에 불응하고, 북미 고위급 회담도 연기한 이후 미측의 재개 제안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 3일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북측 인사들과 만나 제2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상호 대화의지를 재확인했으나, 일정 및 의제조율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측은 폼페이오 장관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의 고위ㆍ실무급 회담을 거쳐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센터장은 실무ㆍ고위급 회담을 중요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고, 이달 말 사임에 따른 후임자 소개와 작별인사를 나눴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관계자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북한의 핵폐기 및 검증 진정성을 판단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며 “6ㆍ12 북미정상회담 때처럼 추상적인 합의문은 더 이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수용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도 실무ㆍ고위급 회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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