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시진핑, 트럼프에 병주고 약줬다고?

“중국이 현재 40%인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줄이고 없애는데 동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의 약속을 깜짝 공개했다.

주요 20개국(G20) 무역 담판 후 양국이 내놓은 성명에는 없었던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길 전용기에서 중국과 “엄청난 거래를 했다”면서 “중국이 농산물을 비롯한 미국의 물건을 매우 많이 수입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양쪽 모두 구체적인 리스트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모호한 약속에 또 당했다는 비웃음마저 나왔다.

하지만 하루가 안돼 그가 회심의 트윗을 날린 것이다. 시진핑 주석과의 무역 담판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제너럴모터스(GM)의 구조조정에 격분했고, 이를 빌미로 모든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40%의 관세로 되갚아 줄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런데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 관세를 삭감ㆍ철폐하겠다고 약속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다.

미 동북부 자동차 공장지대를 일컫는 ‘러스트벨트’는 트럼프 지지층이 밀집한 지역이다. 미국의 자동차 기업들은 중국의 관세 인상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이제 고충이 해결된 셈이다.

하지만 5개월 전으로 돌아가보면 시진핑의 약속은 ‘병 주고 약 준 꼴’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외국산 자동차에 평균 25%의 관세를 적용했다. 그러다 미국과의 관세 보복전이 격화되자 중국은 지난 7월 미국산 자동차에만 4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른 외산 자동차에는 오히려 15%로 인하했다.

중국은 미국차에 대한 관세를 어느 정도 낮췄는지, 혹은 아예 폐지했는지에 대해서 아직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내용 확인 요청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유관 기관에 물어보라는 답을 했을 뿐이다.

만약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15% 이하 혹은 무관세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가격을 올려놓은 후 바겐세일을 해준 셈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자동차 관세’는 탁월한 선택인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담판의 공적을 한껏 자랑할 수 있고, 따져보면 시진핑 주석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중국 자동차 판매 시장은 국산차가 42%, 일본과 독일차가 18%와 21%, 미국차가 11%, 그리고 나머지다.

일단 이 숫자만 감안하면 미국 자동차에 관세를 낮춘다고 해도 시장 판도를 뒤흔들 만한 충격은 없어 보인다. 게다가 미국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는 유럽 등 다른 나라 브랜드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뼛속부터 ‘장사꾼’인 트럼프 대통령이 어리숙한 셈을 했을리가 없다. 담판 결과 발표 하루만에 ‘대중 강경파’로 꼽히는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중국과의 협상대표로 임명한 것만 봐도 그렇다. 향후 90일의 휴전기간에 더 격렬한 싸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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