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인생-①세대별 아우성] 실질은퇴 72세…노인 30% “먹고 살기위해 일한다”

20181129000059_0#. 서울에 사는 최모(66)씨는 4년 전 재취업에 성공했다. 비록 평생동안 종사해왔던 분야와 다른 아파트 경비직이지만 매달 남에게 손 내밀지 않아도 될 정도의 돈을 직접 벌어 생활한다. 40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지만 자녀 학비, 결혼자금까지 보태고 나니 남은 건 은행대출 뿐이다. 특히 가장 문제는 둘째 아들이다. 서른이 넘은 둘째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던 해부터 번번히 취업에 실패했다. 2년 전부터 공무원시험을 준비했지만 이마저도 잘 안풀려 지금은 사실상 백수 상태다. 이 씨는 “아들 용돈도 줘야하고 아파트 관리비 등 제법 많은 돈이 들어간다”면서 “친구들은 은퇴 후에 등산 등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는데 나에겐 꿈같은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24시간 맞교대인 아파트 경비 일이 고되기는 하지만 이마저 없으면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자식들이 평생의 짐이 될 줄은 몰랐다. 평생 적지 않은 돈을 벌었지만 남는 게 없다. 20대 시절에는 결혼하고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30ㆍ40대에는 자녀 교육비 때문에 허리가 휘청거렸다. 노후 준비는 엄두조차 못했다.

은퇴하고 쉴 나이인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3명은 은퇴 후 다시 일터로 내몰리는 고된 생활을 지속하고 있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2017년도 노인실태조사를 통해 본 노인의 삶’에 따르면 현재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답한 65세 이상 노인은 30.9%에 달했다. 2014년 28.9%에 비해 2.1%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우리나라 노인의 실질은퇴 연령이 72.1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인 64.3세보다 7.8세 높다. 불안정한 노후소득으로 인해 생애 최장기 일자리에서 은퇴하고도 노동시장에 남아 근로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남성 노인 중 경제활동 참여자 비율은 2014년 37.5%에서 2017년 38.3%로 소폭 상승한 데 반해 여성 노인은 같은 기간 22.7%에서 25.5%로 늘었다. 현재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생계비 마련이 73.0%로 절대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어 용돈마련(11.5%), 건강유지(6.0%), 시간보내기 (5.8%) 등이 뒤를 이었다.

가구 총소득에서 노인의 개인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1년 53.3%에서 2017년 55.5%에 달했다. 가구 내 노인의 경제적 독립성 증가는 가구 소득 항목 중에서 근로소득의 확대(37.9%→47.3%)에 의한 것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노인의 경제적 독립성 증가는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 공적연금제도가 미성숙한 우리나라에서 다른 대안이 없어 마지못해 노동시장에 오래 남아 생계비를 마련하지만 가구 소득은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노인의 노동시장 실질은퇴연령은 72세이며 노인빈곤율이 45.7%(2015년, 상대빈곤율 기준)로 OECD평균의 3배라는 점에서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노인들의 학력은 높아졌지만 이들의 일은 전문적이지 못했다. 일하는 노인의 직종을 보면, 단순노무직이 40.1%로 가장 많았고, 농어업은 32.9%로 그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조립원(7.5%), 판매종사자(5.6%), 서비스근로자(5.2%), 기능원(3.8%) 등 순이었다. 전문직은 2.2%, 고위임직원관리자는 1.8%, 사무직원은 0.9% 등 소수에 그쳤다.

연구원 관계자는 “베이비부머가 본격적으로 노인 세대에 진입하는 몇 년 뒤부터 노인 세대 간의 차별이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부의 노인 정책도 단순한 양적 팽창에서 벗어나 앞으로 좀 더 고도화되고 세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팀/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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