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화웨이 폭탄’…파편 어디로?

창업자 딸 체포 만만찮은 파장

백악관 사전 감지…전략說에 무게

“미,화웨이를 볼모로 對中 압박”

“중, 자국내 미기업 보복 자극”

무역협상 실타래 더 꼬일수도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華爲) 창업주의 딸 멍완저우(孟晩舟)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캐나다에서 체포되면서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화웨이 사태를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됐다.

특히 멍 CFO의 체포 사실을 백악관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미국의 계산된 전략이라는 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화웨이 사태가 미중 90일의 휴전에 ‘폭탄’을 던진 격이 되면서 향후 미중 무역협상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이 멍완저우 CFO를 전격 체포한 것은 미중 무역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함이라고 7일 분석했다.

이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일 아르헨티나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90일간 무역협상을 벌이기로 한 날 일어났다.

미 백악관은 사법당국의 체포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멍완저우 체포계획에 대해 “법무부로부터 들어서 미리 알고 있었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정부가 미중 무역 담판과는 별도로 멍완저우 체포 계획을 수행한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도 체포 계획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거기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화웨이를 향후 미중 무역협상에서 볼모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과학아카데미의 미중 관계 전문가인 류웨이둥은 “미국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은 향후 3개월 협상 기간 동안 중국의 국영기업 또는 개인에게 계속해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와이 대학의 아시아연구소 교수인 에릭 하위트는 “이번 체포는 단순한 대이란 제재법 위반이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화웨이에 대한 견제”라며 “미국은 중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기업의 아성을 넘보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화웨이는 이미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으며, 개도국은 물론 선진국까지 침투해 미국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전망은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중국 4대 통신사인 ZTE(중싱)에 대한 제재를 활용한 적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4월 트럼프 정부는 ZTE에 대해 미국 기업의 핵심 부품 조달을 원천적으로 차단, ZTE를 파산 위기로 내몰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화웨이에 이어 지적재산권 침해, 기술 유출 등과 관련된 또다른 희생양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이번 조치가 중국의 보복을 불러 향후 미중 무역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핵폭탄급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프 문 전 미국 통상협상가는 멍 CFO 체포사태로 인해 중국 내 모든 미국 기업이 불안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CNBC방송에서 “미국의 화웨이 CFO 체포는 매우 공격적이다. 중국이 더 강제적인 보복에 나설 수 있다”면서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관세 압박에 신중한 방식으로 대응해왔으나 이번 일은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법이 모호해 마음만 먹으면 미국 기업을 엄중히 단속할 수 있다는 이유를 대며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모든 미국 기업이 위험해졌다”고 주장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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