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백과] 세계 남자 투어의 최장타자

올해 혜성같이 등장한 카메론 챔프가 평균 328야드를 치면서 PGA투어 최장타자에 올라 있다.

올해 혜성같이 등장한 카메론 챔프가 평균 328야드를 치면서 PGA투어 최장타자에 올라 있다.

존 댈리가 1997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최초로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300야드를 넘겼다. 당시 댈리는 평균 선수들의 평균 비거리보다 30야드나 멀리 보냈다.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지금 PGA투어 선수들의 평균 비거리는 295.3야드로 측정된다. 몇 년 째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2024년쯤이면 평균 비거리가 300야드를 넘길 수 있을지 모른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는 1980년부터 드라이버 비거리 측정을 시작했다. 첫 해에 단 폴이 평균 드라이버 샷을 274.3야드를 날려서 최장타자에 올랐고, PGA투어 선수들의 평균 비거리는 256.89야드였다. 비거리를 측정한 이후로 선수들의 비거리 늘리기 경쟁이 본격 진행되었고 1994년부터 2006년까지 비약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댈리는 1991년부터 3년간 최장타자였을 뿐 아니라 1994년 데이비스 러브 3세에 양보한 뒤로 1995년부터 다시 8년 연속 최장타에 올라 이 기간 최장타자 비거리 증가를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댈리는 1991년 PGA챔피언십에서 8번째 대기선수로 출전해 깜짝 우승하는 바람에 모든 미디어의 뉴스 메이커였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1996년에 프로가 된 이후로 장타자들이 투어의 트렌드를 이끌기 시작했다.

PGA투어 선수의 평균 비거리는 2003년에 가장 큰 폭의 증가를 이뤘다. 2002년 평균 279.84야드였으나 2003년에는 286.3야드로 늘었다. 이전까지의 와운드볼이 멀리레이어볼로 바뀌면서 큰 폭의 비거리 증가가 원인이다. 이후로 트랙맨 등의 측정 기구도 발달하고 바디 피팅이 투어에 적용되면서 인간이 낼 수 있는 비거리는 점차 최대치를 향해 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샌더슨팜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한 23세의 카메론 챔프가 혜성같이 등장해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328.2야드로 선두에 올라 있다.

이미지중앙 로리 매킬로이가 지난 PGA투어 시즌에서 비거리 1위, 유럽투어에서 2위에 올랐다.

피셔 326.5야드, 매킬로이 316.7야드

지난해부터 두 시즌(2017~18) 연속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평균 비거리 최장타자에 올라 있다. 지난해는 316.7야드였고 올해(2017~2018시즌)는 320.5였다. 이는 한국의 코리안투어와 일본프로골프(JGTO)보다도 20야드 가량 멀리 치는 것이다. PGA투어는 최장타자 뿐만 아니라 평균 선수들의 드라이버 거리도 동반 상승했다. 지난해 292.79야드에서 올해 295.29야드로 길어졌다. 이는 한국과 일본에 오면 최장타자의 평균 비거리보다 약간 낮은 정도다.

유러피언투어에서는 최근 2년간의 통계만 홈페이지에 올린다. 2018 시즌을 보면 로스 피셔(잉글랜드)가 66라운드를 뛰었는데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326.5야드로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42라운드 평균 323.9야드로 2위에 그쳤다. 신장 191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투어 경력 14년차 피셔는 유러피언투어 5승을 거두고 세계골프랭킹 72위에 올라 있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평균 300야드로 65위에 올랐다. 지난해 차이나투어에서 뛰고 올해 유럽 투어에 진출한 조락현은 294.3야드로 95위에 그쳤다. 제네시스포인트 대상으로 유러피언투어를 뛴 최진호는 282.8야드로 156위의 단타자 그룹에 들었다.

지난해의 경우 뉴질랜드의 라이언 폭스가 지난해 87개 라운드에서 기록한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318.1야드로 1위였다. 그 뒤를 34라운드를 뛴 로리 매킬로이가 기록한 평균 드라이버는 314.9야드로 2위였다. 당시 유러피언투어를 뛰던 안병훈이 299.8야드로 33위에 그쳤다. 286.5야드의 이수민(27)이 125위이며 왕정훈(26)은 286야드로 127위에 그쳤다.

이미지중앙 올 시즌 코리안투어에서는 김봉섭이 최장타자다.[사진=KPGA]

한국선 김봉섭 306야드 최장타 

코리안투어에서는 최장타자의 평균 비거리가 300야드를 간신히 넘기는 실정이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가 비거리를 집계한 2008년 이래 올해까지 11년째에 이르지만 최장타자의 평균 비거리는 지난 2012년 김봉섭이 작성한 평균 306.286야드가 가장 길었다.

코리안투어에선 PGA투어 코스만큼의 긴 코스 세팅이 나올 수 없다. 게다가 대부분은 파72 코스에 그친다. 어떤 코스에서는 아예 파4나 파5 홀에서 드라이버를 잡기 힘든 홀도 종종 나온다. 그 때문에 한국 최장타자의 평균 비거리는 11년 평균인 297.844야드 내외를 오갈 뿐 더 이상의 비거리 증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산악형 코스 위주에 홀마다 아웃오브바운즈(OB)가 꽤 많은 국내 대회 코스 특성상 장타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구조다. 게다가 드라이버를 잡지 않아도 되는 홀이 수두룩하다. 코스가 선수들에게 장타를 쳐야할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선수는 장타를 치기 위해 연습하지 않는다. 이는 국내 선수들이 해외에서 활동할 잠재력을 제한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장타자로 이름난 선수들이 상금 랭킹 상위권에 머물기도 힘들다. PGA투어에서는 로리 매킬로이, 더스틴 존슨, 버바 왓슨 등의 장타자들이 상금 랭킹 선두권에서 경쟁을 한다. 하지만 코리안투어로 시선을 돌리면 장타자 중에 투어에서 우승 경쟁하는 선수는 찾기 힘들다. 장타자 김대현이 장타를 위해 노력하지 않고 ‘타수를 위해 정교하게 치려 한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적이 있다. 코리안투어에서 2008년부터 4년 연속 최장타자에 올랐던 김대현은 정확성 떨어지는 장타로 고민하다가 나중에 비거리를 손해보더라도 정확성을 높인 스윙으로 바꾸었다.

이미지중앙 일본투어에서 5번 최장타자가 된 누카타가 올해 첫승을 거뒀다.

일본 다츠노리 13년 만에 첫승 

올해 일본남자프로골프(JGTO)에서의 최장타자는 34세의 누가타 다츠노리다. 183cm의 다츠노리는 올해 평균 비거리 302.93야드를 기록하면서 JGTO 최장타자의 명성을 되찾았다. 다츠노리는 지난 2009년부터 올해까지 5번에 걸쳐 최장타자였다. 그 뒤를 25세에 173cm의 신장에 불과한 다케우치 렌이 비거리 2위(301.97야드)에 올라 있고, 허인회가 300.91야드로 3위, 황중곤은 10위(293.43야드)에 올라 있다.

중학교까지 축구를 하던 다츠노리는 14세에 처음 접한 골프에 빠져 종목을 전향했다. 늦게 골프를 시작했으나 넘치는 힘으로 장타력을 뽐냈다. 챌린지 투어를 거쳐 2009년에 비로소 투어 선수가 되었으나 시드를 유지하지는 못했다. 투어 프로 생활 13년째에 퀄리파잉 테스트만 6번을 보는 등 우여곡절을 거쳤다.

올해는 지난 11월 다이헤이요고텐바에서 열린 미쓰이스미토모 비자마스터스에서 꿈에 그리던 투어 첫승을 달성했다. 이로써 상금은 27위(3805만엔)로 내년 시드를 안정적으로 획득했다. 장타만 날리던 기복 심한 선수에서 올해는 내실도 갖춘 선수로 거듭났다.

지난 2년간은 한국계 재미교포 김찬이 맹활약하면서 평균 최장타 기록인 314.24야드를 작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시즌 막판까지 상금 경쟁을 벌이던 김찬은 시즌을 마친 뒤로는 허리 부상으로 인해 올해는 시즌 자체를 쉬었고 내년에는 다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드라이버샷 비거리를 측정한 건 1995년부터다. 당시 마사시(점보)오자키가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 287.66야드를 보내 최장타자에 올랐다. 평균 비거리에서 300야드를 최초로 넘긴 건 2001년의 브랜든 존스(호주)였다. 허인회는 지난 2014년에 KPGA에서 296.78야드로 최장타자에 오르면서 그해에 일본 JGTO에서도 299.16야드로 최장타자 타이틀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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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GTO의 코스는 국내 투어와 비슷한 마운틴 스타일 코스가 많아 업다운이 있다. 게다가 페어웨이가 좁고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타수 줄이기 어려워 장타자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미국과 유럽은 매년 꾸준히 투어 선수들의 비거리가 늘지만 한국, 일본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선수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코스 전장 자체가 늘어나기 힘들다. 투어의 세팅이 장타자에게 혜택을 주기보다는 정교한 선수에게 유리하게 하는 현황도 문제일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장타자가 투어의 환경을 주도하고 상금 상위권에 있는 선수들이 많지만 한국, 일본은 정교하거나 경륜 오랜 베테랑 선수들이 투어를 주도한다. 두 개 남자 투어의 인기가 여자 투어보다 못한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는 없을까? 호쾌한 장타는 팬들을 끌어모은다. 비거리 증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투어라면 혹시 갈라파고스의 동물들처럼 진화에서 배제되고 정체되는 것은 아닐까.

남화영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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