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조끼 “우리는 현대판 노예”…‘킹 마크롱’ 퇴진 요구

유류세 반발이 마크롱 퇴진까지 번져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인근의 한 벽에 “마크롱을 감옥으로”(Macron in Prison)라는 낙서가 적혔다. [EPA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연설을 하루 앞둔 9일에도 반정부 시위대 노란 조끼가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유류세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시작된 노란 조끼의 시위는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 요구로 번지고 있다.

이날 폭스뉴스는 반정부 시위대 2000명이 체포돼 하루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경찰 39명을 포함 264명이 부상을 입었다.

노란 조끼는 지난달 17일부터 4주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에펠탑 등 주요 관광지가 문을 닫는 등 프랑스 경제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일으키고 있다.

당초 노란 조끼의 시위는 유류세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됐지만 높은 세금과 낮은 임금에 대한 불만으로 확대되고 있다.

노란 조끼 시위에 참가한 마틸드 포젯은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현대판 노예라는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위대들은 이같은 사태를 초래한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 프랑스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갈망에 힘입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은 부자들을 위한 것으로 비춰졌고, 중산층과 노동자들은 소외감을 느꼈다.

정치전문가 크리스티앙 맬러드는 “이것은 폭동이 아니라 혁명”이라며 “시위대들은 더이상 마크롱 대통령이 자리를 유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위터에 경찰을 칭찬하는 글만 올렸을 뿐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해왔다. 그는 침묵을 깨고 현지 시간 10일 오후 8시 대국민 연설을 할 계획이다.

앞서 브뤼노 르 메르 경제장관은 이번 사태를 “국가의 위기”라고 칭했으며,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마크롱 대통령을 비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프랑스를 내버려두라”며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트위터를 통해 “우스꽝스럽고 극단적으로 비싼 파리 기후 협정을 끝내고 세금을 낮춰 국민들에게 돈을 돌려줘야할 때”라고 조롱했다.

멜러드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깊숙한 부분에서부터 인기를 얻고 기득권은 제쳐놨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기득권한테 인기를 얻고 시골의 가난한 사람들을 제쳐놨다”고 비교했다.

노란 조끼는 다음주에도 시위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폭스뉴스는 반대자들이 ‘킹(King) 마크롱’이라고 부르는 마크롱 대통령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수정 기자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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