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있어도 일단 나가고 보는 국회의원 해외출장

300명 중 213명 의원 적어도 한번 해외 출장…8번 갔다온 의원도 

올해 관련 국민혈세만 50억원 이상 소요…내용은 대부분 애매모호

국회의원들이 올 한해 동안 50억원에 가까운 돈을 ‘해외출장’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 3명 중 2명이 해외 출장을 갔다왔으며, 많게는 8번까지 간 의원도 있다. 수십 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해외출장이지만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한 구체적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헤럴드경제가 정보공개요청을 통해 국회사무처로 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회는 올해 1월1일부터 11월5일까지 국회의원들의 해외 출장에 47억원을 썼다. 이중 해외 공관 국정감사는 집행액이 아닌 예산(3억3762만원)이 포함됐다.

현재 정산중인 출장에다 12월까지 진행되는 해외출장까지 포함하면 의원들의 쓴 혈세는 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정기국회가 끝나자마자 의원들은 해외출장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연내 꼭 처리해야 한다고 여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유치원 3법 처리가 무산된 가운데 해당 상임위원회인 교육위 소속 의원들은 12일부터 6박8일 일정으로 호주와 뉴질랜드로 출장을 간다. 해당 법 발의자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찬열 교육위원장 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에서는 곽상도, 전희경 의원 등 4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전체 300명의 의원중 213명의 의원이 최소한 1번의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이들은 29개국을 누볐으며 일부 해외출장에는 의원외에 당 실무진도 함께 동행했다. 모두 국가 예산으로 충당된다. 가장 많이 해외를 다녀온 의원은 외통위 소속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원 의원은 8차례 해외출장에 나서며 일본, 중국, 싱가포르, 호주, 멕시코, 칠레, 이란 아랍에미네이트 ,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코스타리카 등 13개국을 방문했다. 같은당의 윤종필 의원도 중국, 투르큰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미국, 일본, 이란, 아랍에미네이트, 필리핀 등 10개국을 올 한해 동안 방문했다. 더불어 민주당의 조응천ㆍ이수혁 의원도 6차례 해외출장에 나서며 해외출장 수로는 상위권에 랭크됐다.

의원들의 해외출장은 상임위를 통하기도 하고, 개별 의원이 ‘사업내용’을 개별적으로 올려 국회의장의 재가를 받고 한다. 목적은 다양하다. 장애인, 여성, 경제, 난민 등 해외 정책시찰을 가기도 하고, 한중일 의원 친선 바둑교류, 국회의원축구대회 등 친선을 위해서 외국을 찾기도 한다. 국회 스카우트 의원연맹, 한일의원 연맹 등 의원연맹을 통해 해외출장을 가기도 한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의원연맹을 통한 해외 출장 예산은 의원연맹에 지급된 국고보조금을 통해 충당된다.

문제는 많게는 수 억원의 육박하는 해외출장비의 구체적 용도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본지는 국회사무처에 ‘체류비’, ‘호텔비’ 등 구체적 집행 내역 공개를 요청했지만, 국회는 이에 대한 답변은 주지 않았다.특히 정보공개를 통한 자료가 연맹이 공시한 자료와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국회스카우트의원연맹의 경우 국고보조금 공개 사이트인 ‘e나라지표’를 통해 지난해 국회스카우트의원연맹은 지난해 3억8199만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원 받았고 이중 1억987만원이 ‘국외여비’로 썼다고 보고 했다. 하지만 국회사무처는 정보공개 요청에 국회 스카우트의원연맹이 지난해 네차례 해외 출장을 통해 1억3038만원을 썼다고 밝혔다.

국회스카우트의원연맹이 E나라 지표를 통해 공표한 수치와 국회 사무처가 지원했다고 밝힌 수치가 2000만원 넘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국고보조금으로 지급된 업무추진비를 해당 연맹에서 ‘국외여비’가 아닌 다른 계정으로 계상해 차이가 나고 있다”며 “사무처가 공개한 자료는 해외에서 쓴 업무추진비가 포함됐다”고 말했다.

박병국 기자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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