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현실에 위로와 공감 필요했나…시·에세이 폭풍성장

2018 출판·문학 결산

‘곰돌이 푸…’ 연간 베스트셀러 1위 올라

100위권 절반이 에세이…20대독자 귀환

북한·미투 등 사회 이슈 담은 서적 관심

신작 드문 소설계…젊은 작가 활동 뚜렷 국제 스포츠행사가 열리면 출판시장은 대체로 침체한다. 올해는 평창동계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연중 내내 굵직한 스포츠행사가 이어져 우려가 컸지만 시장은 소폭 상승했다. ‘책의해’에 따른 각종 행사와 남북정상회담, 미투운동 등 사회적 이슈가 커지면서 관련 서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게 빈 자리를 채웠다. 그런 가운데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파장과 실업, 취업난 등으로 생활이 팍팍해지면서 위로와 공감의 에세이들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취향의 시대, 에세이로 말해!=올해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시·에세이 분야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전년대비 무려 21.9% 신장했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가 연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모든 순간이 너였다’(2위),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3위)등 베스트셀러 10위(교보문고 집계)안에 무려 6종을 올렸다.

이들은 그동안 책에서 멀어졌던 20대를 끌어들이는 긍정적 역할을 톡톡이 했다. 이와함께 다양한 직종의 경험을 살린 에세이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정신과 상담일지를 담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비롯, ‘골든아워’‘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검사내전’‘나는 그냥 버스 기사입니다’ 등은 사회현실을 새로운 시각으로 담아내 공감을 형성했다.

올해 에세이 출간 종수는 무려 2672종으로 최근 성장세를 보인 3년 사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베스트셀러 100위 중 문학 내 에세이 비중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이런 열풍의 배경에는 다양한 층의 저자들이 생겨난 것과 관련이 있다. 전문 작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들려주는 진솔한 경험과 취향, 아픔에 더 쉽게 공감한 것이다.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전성시대랄 에세이 열풍이 내년에도 지속될지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린다. 위로를 내세운 엇비슷한 내용이 식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럼에도 저마다의 경험을 살린 에세이는 성장할 여지가 크다. 더 세분화된 취향과 경험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평양이 궁금해, ‘미투’=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북한의 실상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면서 북한 관련 서적 출간과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올 한해 북한 관련 도서의 판매량(예스24 집계)은 전년 동기 대비 5.4배 증가해 최근 5년간 가장 높다. 출간 종수도 143권으로 지난해 88권에 비해 1.6배 늘었다.

특히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영향으로 ‘평양붐’이 일었다.‘평양자본주의 백과사전’‘정세현 정청래와 함께 평양 갑시다’‘평양미술 조선화 너는 누구냐’‘평양에선 누구나 미식가가 된다’ 등 종래 북한 체제나 인권 상황에 주목한 데서 벗어나 경제와 문화, 생활 등으로 확산돼가는 양상이다.

‘미투’운동과 함께 페미니즘 도서도 유례없는 관심을 받았다. 출간 종수는 지난해 82종에서 114종으로 54% 늘었다. 페미니즘 소설, 페미니즘 투쟁사, 한국의 특수성인 며느리 역할을 놓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책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이와함께 스쿨 미투로 쥬니어용 페미니즘 책도 19종이 나와 관심을 반영했다.

▶소설의 몰락, 젊은 작가군 부상=소설은 올해 마이너스 2.0%로 하락세를 보였다. ‘82년생 김지영’이 꾸준히 인기를 얻어 밀리언셀러를 기록했지만 주목 받은 신작 소설은 없었다.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32위), 한강의 ‘채식주의자’(74위), 정유정의 ‘7년의 밤’(81위), 김진명의 ‘미중전쟁’(84위), 한강의 ‘소년이 온다’(88위),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89위), 공지영의 ‘해리’(100위)등이 올랐지만 ‘해리’를 제외하곤 모두 구간이다.

이런 가운데 최은영, 김금희, 손보미 등 젊은 작가군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나’를 내세운 작은 이야기를 통해 말하는 새로운 세대로의 문학적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소설의 부진은 일본소설과 비교된다. 일본소설의 비중(31.0%)이 한국소설 (29.9%)을 앞질렀다.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필두로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5종의 작품을 올려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야쿠마루 가꾸는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은 역주행 베스트셀러의 주인공이 됐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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