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리스크 최소화”…SK 글로벌 경영 전략 ‘축의 이동’

공식문건 ‘차이나 인사이더’ 폐기

‘글로벌 파트너링’으로 완전이동

현지화보다 현지 기업과 협업

베트남 등 새시장 발굴 강화

SK그룹의 주요 글로벌 경영전략에서 ‘차이나 인사이더’는 폐기되고 ‘글로벌 파트너링’으로 완전히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중국 중심의 투자보다는 글로벌 사업 거점을 다양화하는데 힘을 쏟겠다는 전략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해외 사업 방식도 마찰이 생길 수 있는 현지화 전략보다 현지 기업과의 협업 관계를 구축하는 쪽으로 추진되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2000년 초반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글로벌 경영전략으로 강조해온 ‘차이나 인사이더’의 용어가 현재 SK그룹 내부에서 통용되지 않고 있다. SK그룹 내 공식적인 보고서에는 물론 해외 투자 관련 회의에서도 ‘차이나 인사이더’라는 말이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최 회장은 ‘중국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국기업 SK로 가야 한다’는 전략을 세우며 ‘차이나 인사이더’를 통해 제2의 SK 건설을 강조했다. 이에 SK그룹은 급격히 성장하는 중국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13년 설립된 중한석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에 집중하던 SK그룹의 해외 투자 전략이 급변하고 있다.

실제 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에서 ‘차이나 인사이더’ 대신 ‘글로벌 파트너링’이라는 기준 아래 해외 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이 내려지고 있다. 신규 시장에 진출할 경우 현지 기업과 협업해 시장을 확대한다는 의미의 ‘글로벌 파트너링’이 SK의 핵심 글로벌 경영전략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올해 SK그룹이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중 하나인 마산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 글로벌 파트너링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지난 9월 SK그룹은 베트남 호치민에서 마산그룹 지주회사 지분 9.5%를 4억7000만 달러(약 53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향후 베트남 시장에서 신규사업 발굴 및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SK그룹의 이같은 글로벌 전략 전환은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글로벌 시장 환경 속에서 ‘중국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해외 사업 거점을 동남아시아 등으로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SK그룹이 보유한 해외 계열사는 작년 3분기 295개에서 올 3분기 321개로 1년 새 26개나 늘었다.

또 해외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현지화 전략보다는 현지 기업과 협업 관계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넓혀가는 방향으로 글로벌 경영전략의 초점을 조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 관계자는 “SK의 글로벌 경영전략이 중국 중심의 투자에서 다양한 글로벌 거점 투자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해외 사업 방식 역시 현지 기업과의 마찰이 우려되는 현지화 전략보다는 협업 관계를 강조하는 쪽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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