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 수정안 경영계 강력 반발… ‘주휴수당 강제’ 효과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수정 의결 방침에 경제단체 일제히 유감 표시

경총 “정부, 실체적 진실 외면하고 불합리한 기업 단속 잣대 끝까지 고집”

대한상의ㆍ전경련 “대법원 일관된 판례와 정면 배치…정부 재고 촉구” 

주휴수당 사실상 강제 효과가 핵심…기업ㆍ소상공인 인건비 상승 우려

 

정부가 24일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일부 수정해 의결키로 한 가운데 경제단체들이 일제히 유감을 표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먼저 시행령 개정안 철회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경총은 이날 국무회의 결과에 대한 경영계 입장문을 내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경총은 “정부 결정에 크게 낙담하고 억울한 심경마저 느낀다”며 “대법원 판결에 맞춰 정부가 행정 지침을 시정하는 것이 정도인데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고 불합리한 기업 단속 잣대를 끝까지 고집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고, 대한상의와 전경련도 공히 주휴시간(일하지 않는 유급휴일)은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소정근로시간)에서 제외해온 대법원 판례와 배치된다며 정부의 재고를 촉구했다.

▶사실상의 주휴수당 강제 효과…인건비 부담 상승할 듯 = 재계의 이같은 반발은 기본적으로 인건비 부담의 급상승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용부의 수정안대로 무노동 유급 휴일(주휴시간)이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소정근로시간)에 포함되면 사용자에게는 사실상 주휴수당 지급이 강제되는 효과를 낳는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 일하며 174만원의 월급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 근로자는 한 달에 174시간(40시간X4.345주) 일한 것으로 보고 시급을 계산한다. 이 근로자의 시급은 월급(174만원)을 월 근로시간(174시간)으로 나눈 1만원이다.

 사진=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 및 최저임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제공=연합뉴스]


사진=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 및 최저임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제공=연합뉴스]

반면 고용부 개정안은 실제 일한 시간(174시간)에 주휴시간(35시간)을 더한 총 209시간을 일한 것으로 간주하고 시급을 계산한다.

즉, 월급(174만원)을 실 근로시간+주휴시간(209시간)으로 나눠 이 근로자의 시급은 8325원이 된다. 내년 최저시급(8350원)에도 미달하게 되는 것이다.

재계는 지난 2년 간 30%에 가까운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뜩이나 인건비 부담이 커질대로 커진 마당에 주휴수당 지급마저 의무화되면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본급이 낮고 각종 수당이 높은 임금체계를 가진 일부 기업들은 연봉 5000만원 근로자도 기본급 크기에 따라 최저임금법 위반에 걸릴 소지가 높다는 우려다.

더구나 임금체계 개편을 진행해 해결할 여지가 있는 대기업들과 달리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그야말로 한계에 봉착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는 주휴수당을 미지급 해도 근로기준법 위반(임금체불) 민사사건에 해당됐지만, 이제는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까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내년 실질 최저임금이 이미 1만원(1만30원)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영계 “대법원 판례 배치되는 시행령 개정안…국회에서 법률로 다퉈야” = 경제단체들은 이처럼 정부 방침이 대법원 판례와 배치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저시급 산정 기준인 소정근로시간에 주휴수당 관련 근로시간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게 대법원의 일관된 판결이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대법원 판례가 일관되게 유급휴일 근로시간을 최저임금 산정 근로시간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이와 배치되는 정부의 개정안은 재고돼야 한다”고 했고, 대한상의도 “최저임금 준수 여부는 근로자가 실제 지급받는 모든 임금(분자)을 대법원이 판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실제 근로한 시간(분모)으로 나눠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실제 근로 제공이 없는 ‘가상의 유급휴일시간’까지도 분모에 포함시켜온 30년 된 고용노동부 자체 산정지침에 대해 대법원이 일관되게 실효 판결을 내리고 있는 바, 정부가 행정지침을 대법원 판결에 맞춰 시정하는 것이 정도”라고 꼬집었다.

물론 고용부 시행령 개정안이 예정대로 통과되면 향후 대법원의 판결이 정부의 뜻대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저시급 산정 기준 시간을 아예 ‘소정근로시간+주휴시간’으로 명시해 둔 만큼 대법원 판결도 정부의 해석을 따라와 결국 일치하게 될 것이라는 게 고용부 측 설명이다.

경총은 이에 시행령 개정이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형사처벌이 달린 문제인 만큼 국회에서 입법으로 다뤄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경총은 “분자인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법에 의해 다루어진 것처럼 분모인 산정시간 수도 법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대법원의 판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입법으로 처리돼야 함이 국가의 법체계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약정 유급휴일 제외ㆍ6개월 시정기간’ 수정안…재계 “아무 의미 없다” = 경영계는 정부가 마치 기업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약정 유급휴일을 제외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서 해당 시간(분모)뿐 아니라 임금(분자)까지 모두 제외하는 만큼 전체 숫자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질의응답에서 “약정 유급휴일을 뺀 것은 마치 243시간에 대한 추가적인 지급의무를 부여하도록 했다는 오해가 증폭되고 있어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문구를 제거하기 위해서”라머 “월급액을 시간급으로 환산할 때 분자, 분모에 같이 넣든 빼든 문제는 결과는 똑같다”고 인정했다.

경총 관계자는 “약정 유급휴일에 대한 임금 부분을 노사와 새로 협의해야하는 등 오히려 혼란이 더 커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정부가 최장 6개월의 자율 시정기간도 부여키로 한 것에 대해서도 “노조 합의 없이는 어떠한 임금체계 변경이 불가능한 기업 현실에서는 최장 6개월의 자율시정기간 부여는 정부의 책임 회피성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배두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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