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잠적ㆍ동명이인ㆍ모텔발견…부모 사과로 끝난 신재민 소동

오전 8시 19분 경찰에 실종신고, 4시간만에 발견

경찰, “동명이인”이라고 했다가 몇 분 뒤 정정

밤늦게 부모, 대학 동문 입장 발표 “물의 일으켜 죄송”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유서 소동’은 그의 부모의 사과문으로 종결됐다. 지인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내고 잠적했던 신 전 사무관은 경찰 신고 4시간만에 서울 관악구의 한 모텔에 발견됐다. 이에 대해 신 전 사무관의 부모는 사과문을 통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밝혔다.

▶경찰 신고 이후 동명이인 논란에 시끌…결국 모텔에서 발견=사건을 종합하면 신 전 사무관의 지인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가 발송된 건 이날 오전 7시다. 해당 문자에는 “가는 길 부탁할 사람 너밖에 없다”는 등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자에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관악구의 원룸의 주소와 비밀번호까지 기재돼 있었다.

이 지인은 약 1시간20분 뒤인 8시19분에 112 신고를 했고서울 관악경찰서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가 즉시 수색에 들어갔다. 현장에선 유서와 휴대전화만 있었을 뿐 신 전 사무관은 없었다.

신 전 사무관인 최근 청와대의 KT&G 사장교체 시도와 적자 국채 발행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해온 만큼 그의 잠적은 충격적이었다.

신 전 사무관이 유서를 쓰고 잠적했다는 기사가 나간 뒤인 오전 10시40분께 경찰은 신고된 사람이 신 전 사무관이 아니라 그와 이름이 같은 다른 사람, 즉 동명이인이라고 밝혀왔다. 그의 실종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두고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몇 분 뒤 경찰은 유서를 남기고 사라진 인물은 신 전 사무관이 맞다고 다시 정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확인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다”고 말했다.

오전 11시19분께 신 전사무관의 유서가 모교인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 올라오면서 분위기는 더욱 심각해졌다. 그는 유서 형식의 글에 “제가 죽어서 조금 더 좋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며 “내부 고발을 인정해주고 당연시 여기는 문화, 비상식적인 정책 결정을 하지 않고 정책 결정 과정을 국민에게 최대한 공개하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행히 그는 신고 4시간만인 낮 12시40분께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생명에 지장이 없고 건강 상태는 양호했다. 발견 직후 신 전 사무관은 보래매병원으로 이송됐고 현재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에서 안정을 위해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 사과…대학 동문들, “주장 틀리더라도 정부 소통해야”=이날 밤 늦게 신 전 사무관의 부모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오후 10시께 “본인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용기를 내 나선 일이 생각보다 너무 커져 버리기도 했고, 스트레스가 심각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려 한 것 같다”면서 “부디 국민 여러분이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 드린다”고 호소했다.

신 전 사무관의 대학 동문도 그의 입장을 이해해달라며 ‘대학시절부터 신재민과 함께 한 선후배 일동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순수했던 한 친구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마음먹기까지 겪었던 고통을 매우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들은 신 전 사무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마음먹기 직전에 만난 최측근으로, 학창시절 함께 교육 동아리 활동을 해왔다.

이들은 “신 전사무관의 주장에 완전히 동의하진 않는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논쟁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 생각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고, 이 친구가 오해한 부분 역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이 비록 사실과 다를지라도 정부가 관료시스템의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결과가 틀렸다고 해서 그 과정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관료조직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한 구성원이 맞닥뜨리지 않을 수 없는 문제를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전 사무관의 최측근이 정부에 호소했던 내용을 종합하면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이 틀릴 수 있으나 그렇다 하더라도정부가 적극적으로 소통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그가 잘못된 이야기를 한 것이라면 충분히 말하고 설명해주셨으면 한다”면서 “현실적으로 그게 쉽지는 않은 것을 알고 있지만 이 정부가 탄생했을 때 그 쉽지 않은 일을 해주는 정부가 될 것임을 믿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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