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끝낸 전기차 ‘무한 레이싱’ 스타트

자동차시장 침체 속 성장세 뚜렷 지난해 국내 친환경차 판매 최다

기아차 ‘쏘울 EV’로 대중화 선도 쌍용차 ‘전기차 모델’ 내년께 공개

수입업체도 신차 출시 채비 박차

예열을 마친 전기자동차가 가속페달을 밟으며 자동차 산업 지형도를 재편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가 ‘카 일렉트로닉 쇼’로 불리며 완성차 업계의 경연장으로 변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제 전기동력차는 미래 신사업의 방향타를 쥔 ‘황금열쇠’가 됐다.

▶무주공산…경쟁은 시작됐다= 지난해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 차량의 국내 판매량은 12만대를 넘었다. 역대 최대치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하이브리드는 점유율 하락과 맞물려 순수전기차(EV)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것이 특징이다.

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ㆍ수입차를 합한 친환경 차량 판매량은 총 12만3387대였다. 연간 판매량은 전년(9만7435대) 대비 26.6% 성장했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에서도 전기차의 성장세는 뚜렷했다. 작년 10월 글로벌 자동차 수요 증가율은 3.8% 역성장했지만, 전기동력차는 전년 대비 77.1% 성장하며 대비됐다. 전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2.7%로 작년보다 2.5%포인트 증가했다.

유럽의 전기차 비중 확대와 함께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 비중은 작년 11월 기준 6.4%까지 상승했다. 중국 자동차 판매 성장률이 4.2%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전기차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대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부품업체 역시 내연기관 체제에서 큰 변화가 진행형이다. 전기모터부터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 등 모든 동력계열 부품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급 상황은 완성차 업계의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이베스트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2년까지 전기차 판매가 880만대가 되기 위해서는 EV용 배터리 생산량이 지금보다 2.9배 많은 380Gwh 수준으로 증가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자동차 업황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전기차 사업 비중이 외형성장을 주도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상, 이제 현실로 ‘플러그인’= 상상의 현실화는 이미 시작됐다. 미래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한 완성차 업계의 경쟁이 격화되는 이유다.

올해 쏟아지는 친환경 신차들은 차세대 모빌리티의 바닥을 다지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우선 현대ㆍ기아차는 올해 ‘코나ㆍ쏘나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연 ‘쏘울 EV’을 선보인다. 전기차의 대표주자인 ‘아이오닉’도 상품성을 개선해 하이브리드ㆍ플러그인 하이브리드ㆍ전기 등 선택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SUV 생산에 집중된 쌍용차는 개발 중인 순수전기차 모델을 이르면 내년 공개할 예정이다.

수입 완성차 업체에선 재규어가 이달 첫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i-페이스를 출시하며 2019년의 포문을 연다. 닛산과 BMW는 각각 ‘신형 리프’와 ‘i3 120Ah’를 상반기 선보인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순수 전기차인 ‘더 뉴 EQC’와 아우디의 첫 풀사이즈 전기차 SUV 모델인 ‘e-트론’의 국내 출시도 검토 중이다.

정부 보조금과 지자체 지원금 축소가 수요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환경부는 앞서 1200만원이던 ‘고속형 전기차’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올해 900만원으로 줄인다고 밝혔다. 지자체 추가 지원금도 작년보다 100만원 정도 축소된 400만~500만원으로 예상된다. 국가 구매 보조금 규모는 커졌지만 지원 대수가 작년의 2배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혜택 축소에도 성장세는 꾸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 없는데다 가격적인 매력이 높아져 전기차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며 “조건부 자율주행에 해당하는 ‘레벨3’에 진입하는 2020년엔 다수의 전기차가 거리를 누비는 동시에 충전구역의 다변화도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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