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생중계’ 시작하자…정치도 청년ㆍ여성 ‘전성시대’

한국당, 조직위원장 선발에 공개오디션 도입

30~40대 청년ㆍ여성 후보 선전 이어져

“관례 탈피”vs“겉모습 치중” 평가 엇갈려

지난 11일 자유한국당의 울산 울주군 선거위원장 오디션에 참가한 세 후보가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유튜브 계정 캡처]

자유한국당이 ‘권력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조직위원장을 뽑으며 공개오디션을 도입했다. 정당 역사상 첫 공개오디션 도입에 그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30~40대 젊은 청년층과 여성의 약진이 이어졌다.

지난 11일 오후 한국당 당사에 세 조직위원장 후보가 앉았다. 울산 울주군 선거위원장 오디션에 참여한 김두겸(61) 후보와 서범수(56), 장능인(30) 후보였다. 공천권을 갖고 있는 선거구 조직위원장을 뽑는 자리에 주어진 시간은 단 한 시간. 오후 2시에 시작된 자기소개와 공개 토론회가 숨 가쁘게 이어졌다. 모든 내용이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고, 후보는 때때로 긴장한 탓에 말을 더듬었다.

당황한 후보들이 말을 더듬으며 시간을 초과하자 곧바로 경고음이 울렸다. 사회자는 “남은 얘기는 집에 가서 하자”고 후보의 답변을 끊었고, 바로 다음 후보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오디션 시작 50분 만에 모든 토론이 끝나고 평가위원의 투표가 시작됐다. 결과를 기다리는 서 후보가 “이런 자리가 익숙지 않다”고 하자 사회자도 “우리도 처음이다”고 맞장구쳤다. 짧은 시간이 지나고 결과가 발표됐다.

결과는 71점을 획득한 서 후보의 당선으로 끝났다. 장 후보와 김 후보는 각각 66점과 44점을 얻으며 최종 선발에는 탈락했다. 결과 발표 직후 장 후보는 “제 본분으로 돌아가 다시 열심히 하겠다”고 낙선 소감을 말했고, 평가위원들은 떨어진 장 후보에 대한 응원을 보냈다.

장 후보는 이번 공개오디션에 참가한 36명의 후보 중 최연소 후보였다. 경북 고령ㆍ성주ㆍ칠곡군에 후보로 나선 최연장 김항곤(68) 후보와는 무려 38살이나 차이가 난다. 각각 울산지방경찰청장과 울산 남구청장을 지냈던 경쟁 후보들과 비교해도 경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러나 공개오디션이 시작되자 장 후보는 1위를 근소한 격차로 따라잡으며 선전했다.

실제로 한국당의 공개오디션 내내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청년과 여성 후보들은 잇따라 이변을 일으켰다. 공개오디션 첫날에는 당의 전통적인 ‘텃밭’으로 통했던 서울 강남을 지역에서 30대 초반 정치 신인인 정원석(31) 후보가 이수원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 이지현 전 서울시의원을 꺾었다.

서울 송파병에서는 김성용(33) 전 새누리당 중앙미래세대위원장이 김범수(46) 후보를 눌렀고, 서울 용산구에서는 황춘자 전 서울메트로 경영기획본부장이 3선 의원출신인 베테랑 권영세 전 주중 대사를 이기는 이변이 연출됐다.

이변이 잇따르면서 그간 ‘밀실 합의’로 치부됐던 조직위원장 선발에 새 바람이 불어왔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그간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비공개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관례를 탈피했다는 것이다.

반면,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치적 역량 평가는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로 오디션 도중 서울 양천을 지역에 후보로 출마했던 오경훈 후보는 “말 느린 사람에게는 굉장히 불리한 시스템이다. 당 살릴 방안을 3분, 1분 30초 안에 어떻게 답변하겠는가. 순발력 테스트도 아니고”라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유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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