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바이오 패권, 미국ㆍ중국에만 물어보는 이유

토종 업계, 미국 보증서, 중국 잠재력 주목

미국행 수출과 특허는 세계시장 패스포트

세계 폐암 40% 중국인…환난구제 수요 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글로벌 파워를 키워가고 있는 한국 제약ㆍ바이오 기업들이 시장 개척과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의 나라별 다각화 보다는 ‘G2’인 미국과 중국에 더욱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의 크기 면에서도 1,2위이지만, 무엇보다 ‘미국=품질보증수표’, ‘중국=미래 1위 지역 선점‘의 가치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보증‘은 글로벌 제약ㆍ바이오 기술의 패스포트로 통하고 세계시장 진입이 수월해, 굳이 시장개척 ’다각화‘의 지난(至難)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유효수요를 발생시킨다.

중국의 경우 미래 제약-바이오 시장 1위의 잠재력을 가진데다 난치병 환자가 여전히 많아, 한국 제약 바이오 업계가 이웃에서 품질 좋은 치료제를 공급할 경우 ‘환난구제’의 전도사가 될 수 있다.

▶美中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 LG화학 손지웅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지난 12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웨스틴 세인트 프란시스(Westin St. Francis) 호텔에서 폐막된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때 “이달 초 미국 보스톤에 연구법인인 ‘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를 열고, 신약 과제의 글로벌 임상 진행 및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을 가속화한다”고 밝혔다.

보스턴에는 글로벌 제약사 R&D센터, 바이오텍, 항암면역질환 전문 의료기관 등이 모여있다. 하버드대학,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보스턴대 등 연구,교육기관과 250여개의 바이오 제약기업, 20여개의 대형 병원이 몰려 있다.

면역항암제 개발 바이오벤처인 유틸렉스는 자사의 면역항암제인 4-1BB 타겟 항체치료제 ‘EU101’가 미국 특허청에 특허권 등록이 됐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미국 특허 확보는 세계 제약시장 (1255조)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미국에서 통할 뿐 만 아니라,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 시장과 세계 각국의 특허권 확보가 비교적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비해 한미약품은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석해 중국에서 항암재 포지오티닙의 독자 임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중국에는 전세계 폐암 환자의 40%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임상이 성공해 치료제가 상용화할 경우 한미약품은 거대 잠재시장 확보는 물론 중국 국민건강을 담보한 환난구제의 선구자가 된다.

한미약품은 2022년 중국에서의 시판 허가를 목표로 삼고, 올해 상반기 중 중국 임상승인 신청을 할 방침이다.

▶중국으로= GC녹십자 역시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 캔브리지(CANBridge Pharmaceuticals)와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헌터증후군은 이두로네이트 2-설파타제(IDS)와 같은 뮤코다당 분해효소 결핍으로 인해 뮤코다당류가 축적돼 나타나는 유전질환이다. 근골격계 이상, 지능저하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중국 바이오제약사 ‘3S바이오’와 바이오시밀러 제품 판권 계약에 관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로열티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 현지 임상과 허가, 상업화를 위한 협업도 이뤄진다.

미국을 겨냥하던 휴젤은 가까운 중화권으로 타겟을 선회했다. 지난해 말 대만에서 ‘보툴렉스’ 허가를 받았고, 중국에서도 3상임상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허가(BLA) 신청을 할 예정.

메디톡스와 중국 블루미지 바이오테크놀로지와 조인트 벤처 메디블룸차이나는 10개월 전 ‘메디톡신’의 3상임상을 마치고, BLA를 신청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 제약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 20% 안팎의 고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중국의 60대 이상 고령층이 30년 단위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점도 제약-바이오의 수요를 키우고, 중국 경제 발전과 함께 웰빙 테라피 수요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으로= 한국 업계의 미국을 향한 ’노크‘는 속속 초대형 수출계약 성사, 글로벌 연구개발(R&D)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 7일 미국 제약기업 길리어드(Gilead Science)와 비알콜성 지방간 질환(NASH) 치료 신약후보물질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후보물질조차 도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음에도 계약 총액이 7억8500만달러(약 8800억원)에 달한다.

유한양행은 작년 11월에도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결과물로 1조4000억원 규모 폐암표적항암제 ‘레이저티닙’ 기술수출과 2400억원짜리 퇴행성디스크 치료제 ‘YH14618’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세계 바이오의 메카가 된 보스턴엔 LG화학 뿐 만 아니라 유한양행, 삼양바이오팜 등도 둥지를 틀었다. 글로벌 연구개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R&D 품질을 높이는 한편 시장개척의 중요한 헤드쿼터화를 꾀하는 상황이다.

LG화학은 올해 이 곳에서 자체 개발 신약 과제인 통풍치료제와 염증성질환치료제의 글로벌 임상을 본격 수행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 큐바이오파마(CUE Biopharma), 영국 아박타(AVACTA), 한국 메디포스트 등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면역항암제, 세포치료제 등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특히 큐바이오파마와 공동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Cue-101(후보물질명)’은 올해 임상 1상 진입이 기대된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미국 보스턴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지난해 3월 샌디에이고에 ‘유한USA’를 설립한 후 두 번째 미국 법인이다.

유한양행은 두 현지 법인을 통해 외부에서 신약 후보물질과 원천기술을 발굴하는 등의 오픈이노베이션에 나설 예정이다.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하는 한편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 물질이나 투자할 만한 회사를 적극적으로 찾겠다는 것이다.

유한양행은 보스턴에 거점을 둔 제노스코로부터 폐암 신약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을 도입했고, 해당 후보물질은 얀센 바이오테크에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하면서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과를 맛보았다. 삼양바이오팜 역시 지난해 하반기 미국 보스턴에 ‘삼양바이오팜USA’를 설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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