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 순수멜로의 힘

시청자 울리는 송혜교, 이래서 눈물의 여왕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남자친구’는 장르적 결합이 전혀 없는 순수멜로다. 미니시리즈는 멜로만의 힘으로 끌고가기가 힘들다 보니 전문직 장르나 스릴러 등을 멜로와 함께 묶어 복합장르 형식을 선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일종의 리스크 분산책이다. 하지만 모처럼 멜로만의 힘이 나왔다.

송혜교의 눈물 엔딩에 드라마를 보면서 잘 울지않는 나도 눈물이 나왔다. 이러니 새드엔딩은 안된다는 시청자의 요구가 나올 법도 하다.

이 드라마의 스토리는 별로 특이할 게 없다. 재벌남과 캔디녀의 성별만 바꿨다. 초반에는 진부한 설정이라는 소리도 나왔지만, 지금은 감정이입된 시청자들이 많다.

멜로에만 집중하기에 송혜교와 박보검 얼굴로 ‘버프’를 받는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두 사람의 감정과 진심에 ‘버프’를 받는 멜로드라마가 됐다.

박보검이 연기하는 김진혁은 의외로 직진남이다. 부드럽지만 강하고, 온화하지만 분명하다. 믿음직스럽다. 따스하면서도 확신에 찬 진솔, 담백한 고백으로 순수청년에서 듬직한 남자로 성장하는 김진혁을 세밀하게 잘 그린다.

송혜교가 만들어내는 차수현은 남성과 여성 시청자 모두에게 지지를 받는다. 강인해야 할 때는 강인하고, 부드러울 때는 한없이 여리다. 사리분별이 잘 된다는 말이다. 송혜교는 밝은 멜로(로코)와 슬픈 멜로 모두 잘 어울린다. 특히 동화 같은 순수한 사랑을 연기하는 데 탁월하다. 그 때의 눈물은 최고의 무기다. 세상이 혼탁할수록 계산되지 않는 이들의 순수하고 소박하며, 예쁜 사랑은 대리만족이라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16일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 13회는 김진혁(박보검)과 차수현(송혜교)이 얼마나 사랑한지를 다시 보여준 회차였다. 차수현은 전 시아버지 기일 행사에 가지 않고 김진혁 집으로 가는 것으로 사랑은 증명됐다.

진혁은 수현에게 “수현 씨 없는 시간들은 내 시간이 아니에요. 나랑 오래오래 같이 살아요”라고 말했다. 이 말이 오글거리지 않고 설렘으로 다가오는 것은 진솔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둘을 사랑하게 해주는 게 왜 이렇게 힘든가. 송혜교(차수현)의 눈물이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아프게 만들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꿈처럼 아득한 일이 될 수 있다. 평범함의 행복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알고 꿈을 꾼 그녀이기에, 그 평범함을 깨지 말아 달라는 그 남자 엄마의 간곡한 부탁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날 방송에서 차수현은 용기를 내 김진혁(박보검 분)에게 한걸음 더 다가갔다. 그러나 현실에 부딪혀 마냥 웃지 못하는 차수현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저릿하게 했다. 오래오래 함께 살고 싶다는 김진혁의 고백에도, 차수현은 대답을 피하며 그가 준 부케를 복잡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 이유를 말하는 차수현의 눈빛은 슬프고도 아팠다. 지난 과거와 기억들이 자꾸 자신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 태경그룹과의 결혼은 차수현에게 씁쓸한 기억이었고, 예쁜 부케를 들고 서 있는 것도 그녀에겐 어렵고 무거운 일이었다. “그게 정말 꿈꿀 수 있는 일인지”라고 말하는 차수현은 행복을 꿈꾸는 것조차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닌지 걱정했다.

그렇게 간절하게 또 소중하게 생각하는 행복이었기에, 차수현의 눈물은 더 아프게 다가왔다. 김진혁과 헤어져달라는 그의 어머니의 부탁에 차수현은 소리 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흔들리는 눈동자에, 고개를 돌리는 모습에, 그리고 조용히 울음을 삼키는 얼굴에 시청자들도 함께 먹먹해졌다.

깊이를 더해가는 송혜교의 감정 연기는 장면을 더욱 빛냈다. 그녀의 눈물에는 차수현의 복잡하고도 슬픈 감정이, 김진혁의 손을 놓고 싶지 않은 마음 등이 가득 실렸다. 아무 대사 없이도, 그저 흘러내리는 눈물만으로도 감정을 전달하는 송혜교였다. 그녀가 왜 대체불가 배우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한 시간이었다.

다음 회 예고편에서 차수현은 “나 때문에 진혁 씨 가족의 평범한 행복이 흔들리면 답이 없겠다”고 했다. 진혁 엄마의 마음도 이해되지만, 이 두 사람을 그냥 사랑하게 해주면 안될까.

그런데 송혜교와 박보검, 왜 이렇게 연기들을 잘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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