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치개혁’ 화색 돌던 손다방 손님…‘의원확대’엔 정색

바른미래 ‘손다방’ 행사 현장 가보니

당원 50여명 연동형 비례대표제 홍보

취지는 좋지만…시민 속마음 제각각

의원 정수 확대에는 무조건적 거부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푸드트럭 ‘손다방’에서 시민에게 차를 나눠주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50여명을 동원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홍보했다. 사진=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사표(死票)가 없어지면 환영이죠. 국회의원 수가 늘 수 있다고요? 그건 좀….” (서울 강남구 40대 직장인)

지난 17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쪽은 민트색이 가득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푸드트럭으로 만든 ‘손다방’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홍보에 힘 쏟았다. 시민 대부분은 도입 목적에 공감했다. 하지만 상당수는 의원 정수 확대 가능성에 고개를 내저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정비례해 의석을 나눠주는 선거제도다. 사표 방지, 국회 구성원의 다양화 등이 도입 취지다.

손학규 당 대표는 이날 “지금은 청와대와 당 대표가 다 공천을 해 의원들이 윗사람 눈치 보기에 바쁘다”며 “국회가 제 역할을 하려면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호소했다. 손 대표는 주승용ㆍ김삼화 의원 등과 함께 손다방에서 커피, 녹차 등을 주며 시민에게 다가갔다. 이날 최저 기온은 영하 3도였다. 이와 상관없이 바른미래당원 50여명은 주변에서 홍보물을 배부하는 데 집중했다. 절박함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민 대부분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인정했다. 직장인 이규민(41) 씨는 “제왕적 대통령제, 승자독식 양당제는 나라의 큰 폐단”이라며 “인물 아닌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 수를 배정해야 권력도 쪼개질 수 있다”고 했다. 양화경(45ㆍ여) 씨는 “현 구조에선 사표가 많아 엉뚱한 이가 의원으로 뽑히기도 한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유권자의 대표성을 높이는 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의원 정수 확대였다. 국회 정개특위 자문위에 따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시 의원 정수는 360명으로 늘 수 있다. 시민 상당수는 이에 무조건적 거부감을 드러냈다. 직장인 임찬수(39) 씨는 “299명의 밥그릇 싸움을 보는 것도 지친다”며 “좋은 말을 핑계 삼아 결국 특권층을 늘리는 것 아니냐”고 했다.

불신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윤희(29ㆍ여) 씨는 “권한을 완전히 없애고, 세비를 안 올린다는 데 모든 의원이 서약서를 쓴 후 국회의사당에 걸어둬도 못 믿는다”며 “당장 보좌진도 지금의 3분의1 수준으로 줄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도 이런 분위기를 알고 현장에선 의원 정수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는 듯했다. 손 대표는 최근 “의원 정수가 그렇게 문제라면 중앙선관위가 재작년에 내놓은 현재 300석 중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인 안을 논의해도 된다”며 살짝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바른미래에 따르면 이날 손다방을 통해 나간 차는 모두 350~400잔이다. 바른미래는 이를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시민 관심으로 간주, 고무되는 모습이다. 손다방은 오는 21일 광주, 22일 대전 등 앞으로도 전국에서 운영될 예정이다.

손 대표는 “두 기득권 양당의 횡포, 야합으로 선거제도 개혁이 좌초 위기에 있다”며 “민심이 반영된 선거제도를 구현해야 국민 삶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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