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목숨 베팅’…정치, 도박의 역사

무죄 결론난 이완구ㆍ박지원ㆍ홍준표

실패한 최경환ㆍ이정현ㆍ박종진

목숨을 거는 베팅은 ‘협박’이라는 지적도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1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언론의 관련 보도에 관해 반박 및 해명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게재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최경환ㆍ이완구ㆍ홍준표ㆍ박지원 그리고 손혜원.

많은 정치인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정치적 베팅(bettingㆍ도박)’을 했다. 그중 가장 극단적인 방법이 목숨을 거는 방법이다. 차명투기 의혹에 휩싸인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방법을 택했다. 손 의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재산을 모두 걸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직도 사퇴하겠다. 목숨을 내놓으라면 그것도 내놓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 가지로 해석한다. 정말 큰 잘못이 있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심정, 혹은 ‘정말 억울해서’다. 특히 한번 구설에 오르면 그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타격을 받는 정치인은 사건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조기에 베팅하기도 한다.

▶무죄로 결론난 사안들=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완구 전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 의혹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 이 전 총리는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만약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총리직 정도가 아니라 내 목숨을 내놓겠다”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후보로 나선 홍 전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의혹이 유죄로 나온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 전 총리 의혹의 핵심은 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목숨을 걸었지만, 의혹이 불거지자 이 전 총리는 70여일만에 총리직에서 내려와야 했다. 홍 전 대표도 대선 기간 동안 이로 인해 공격받았다. 일각에서는 아직 의혹이 풀리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지만, 법원의 최종 판단은 무죄였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목숨을 건 일이 있다. 박 의원은 2008년 솔로몬저축은행으로부터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0년과 2011년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 임건우 전 보해양조 회장 등으로부터 6000만원 가량을 수수한 의혹도 있었다. 박 의원은 당시 “돈 받았다면 지역구인 목포역전에서 할복이라도 하겠다”고 했다. 해당 사건도 무죄로 판결 났다.

▶실패한 도박들= 실패한 베팅도 있다. 최경환 한국당 의원은 특수활동비 의혹이 불거지자 “동대구역에서 할복자살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유죄였다. 국가정보원에서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최 의원은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지만, 일단은 유죄인 셈이다.

무소속인 이정현 의원은 탄핵 국면 당시 “야당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다가 손을 집어넣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이 의원이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이 의원의 발언은 비수가 돼 돌아왔다. 그는 장을 지지는 대신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탈당했다.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했던 박종진 전 후보는 “3등을 한다면 송파에 있는 석촌호수에 뛰어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 전 후보는 실제로 3등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곤란에 처하게 됐다. 송파구청, 송파경찰서 등에서 석촌호수 입수의 위법성을 지적하면서 만류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석촌호수에 들어가지 못했고, 한 방송에 출연해 목욕탕에 입수했다.

▶‘목숨 베팅’은 국민을 상대로 한 협박= 그러나 베팅의 성공 여부를 뒤로하더라도 정치인이 목숨을 거는 행위에 대해서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국민을 상대로 협박하는 격”이라는 것이다.

홍 전 대표가 ‘자살’을 말했던 대선 당시 같은 후보였던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억울한 것이 있으면 재판으로 풀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은 할복자살 발언을 한 최 의원을 겨냥해 ‘대국민 겁박’이라고 했다.

손 의원의 목숨 베팅에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과거 자신도 목숨을 걸었던 박 의원도 “손 의원은 차명이나 투기했다면은 자기 목숨, 재산, 의원직 걸겠다고 강하게 나왔는데 이건 그러실 사안이 아니다”며 “검찰에 본인 스스로 수사 의뢰해서 그 의혹을 밝히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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