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노딜 브렉시트 공포’…“수익 타격 우려”

록히드 마틴, 익스피디아 등 연례보고서에서 ‘브렉시트’ 위험 요소에 포함

공급망 타격, 가격 상승, 제품 수요 감소 가능성 대두

전문가 “미국 기업들 노딜 브렉시트 대비 부족” 지적

국제 해군 무기 박람회에 참석한 록히드 마틴 [로이터]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영국이 EU와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것)’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국 기업들이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기업들은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제품 수요 감소, 가격 상승 등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일부 S&P 500 기업들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노딜 브렉시트로 인한 ‘위험(risk)’을 명시했다. 미국 상장기업은 SEC에 제출하는 연례보고서에 기업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험’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 미국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노딜 브렉시트의 위험을 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은 보고서에서 브렉시트를 ‘위험 요인’으로 분류하고 대(對) 영국 수출이 감소할수 있다고 밝혔다. 록히드 마틴은 “우리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영국 정부의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향신료 가공업체 맥코믹앤컴퍼니는 노딜 브렉시트가 되면 국경 검사가 추가될 수 있으며, 영국으로 수입되고 수출되는 상품의 가격이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는 브렉시트의 ‘철수 방식과 시기의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익스피디아는 “(브렉시트) 결과에 따라 우리의 사업은 물질적으로 불리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발표된 기업들의 보고서는 미국 기업들이 브렉시트 리스크를 점점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SEC는 기업들에게 브렉시트로 인한 영향에 대한 더 자세한 공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최대 제과회사인 캐드버리의 소유주 몬델레즈는 “노딜 브렉시트 상황이 되면 우리는 공급망 붕괴에 노출될 것이고, 영국의 관세 부과, 파운드 평가 절하는 수익과 현금흐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노딜 브렉시트 상황을 상정하지는 않았지만, 브렉시트 후의 외환 변동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과 사업적으로 긴밀한 관계가 없는 기업들도 위험 요인에 브렉시트를 추가했다. 브렉시트가 세계 경기 침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배터리 제조업체 에너시스는 영국과 EU 경제에 대해 “알 수 없고 예측할 수도 없다. 노딜 브렉시트 상황은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로펌 설리번 앤드 크롬웰의 프랭크 아킬라는 “영국과 EU에 근소하게 노출된 미국 다국적 기업마저도 노딜 브렉시트를 가장 위험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제조사들이 유럽권이나 금융 회사와 비교해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프레쉬필즈 브룩하우스 데링거의 변호사 발레리 포드 제이콥 변호사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몇 달 전부터 브렉시트를 준비해왔지만 다른 부문의 기업들은 더 뒤처져 있었다”고 밝혔다.

유럽 내에서도 노딜 브렉시트로 인한 위험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독일에일자리 1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할레경제연구소(IWH)와 마틴루터대학 할레위텐베르그 연구소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자동차와 IT기업 등 수출 주도형 산업분야가 노딜 브렉시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완성차업체 폴크스바겐과 BMW의 주요 생산기지인 볼프스부르크 딘골핑 지역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했다. IBM과 지멘스 등 기술기업이 위치한 뵈블링겐도 피해가 클 지역으로 지목됐다.

또한 연구팀은 노딜 브렉시트의 프랑스에서도 5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경우도 유럽권의경기침체 영향으로 5만9000명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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