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발행 ‘봇물’…IB, 인수경쟁 ‘불꽃’

지난달 6.3兆 역대 최대 SK 등 대그룹 물량 많아 기업, 싼 금리로 자금조달 기관, 안전한 중수익 투자

지난달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6조원을 웃돌며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이달에도 3조원 이상의 회사채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긴축 종료로 발행금리가 하향하며 ‘실탄’을 확보하려는 기업들과 안정적인 수익처를 확보하려는 기관들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면서다.

11일 SK실트론은 18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수요가 몰릴 경우 올 한해 SK실트론이 계획하고 있는 투자규모(5950억원)의 대부분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상향 조정됐음에도 불구, 지난해 초보다 발행수익률이 더 높다. 오버부킹(발행 예정금액보다 많은 수요가 몰린 것)이 무난해 보인다.

13일에는 SK에너지가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이 예정돼 있다. 수요가 높을 경우 발행금액을 5000억원으로 늘릴 방침이다. SK그룹 지주사인 SK(주) 역시 이달 말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LG전자(2500억원), LG디스플레이(2000억원), 현대건설(2000억원) 등이 이달 중 수요예측에 나선다.

우량 회사채 발행이 몰리면서, 1~2월 발행 규모는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에는 CJ제일제당(7000억원), 현대제철(7000억원), SK인천석유화학(6000억원), KT(5000억원), GS칼텍스(5000억원) 등이 회사채 공모시장 문을 두드렸는데, 전체 발행 규모가 지난해 같은달(3조400억원)을 2배 이상 웃도는 6조3000억원에 달했다.

당초 계획된물량은 4조원을 밑돌았지만, 기관투자자의 수요가 몰리면서 증액이 이어진 결과다. 이달에도 대신에프애프앤아이(4.9대 1), 롯데로지스틱스(3.9대 1) 회사채 모집에 기관투자자들이 보이고 있는 높은 수요를 고려하면, 발행 규모는 3조원을 무난히 상회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세용 KB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발행시장에서 AA급은 평균 4.3배, A급은 5.7배의 유효수요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기관들의 자금유입강도가 상당히 높아졌다”며 “공모 희망금리 밴드 하단을 하회하는 수준에서 발행이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다수 우량 기업들이 민평금리(채권평가 회사에서 제시하는 금리의 평균)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스프레드(가산금리)가 축소된 점도 특징으로 꼽았다.

불황에 대비한 기업들의 선제적인 자금 확보 수요와, 주식시장 폭락을 피해 고금리 회사채를 찾아나선 투자은행(IB)의 수요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채권값 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진 것 역시 시장을 달구는 데 영향을 미쳤다.

박종연 IBK연금보험 유가증권운용부장은 “지난해 말 이후 글로벌 기준금리 상승세가 멎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으면서, 미리 상승기조를 나타냈던 채권금리에 되돌림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최준선·원호연·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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