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데니스 홍 UCLA 교수] “인공지능 기술의 최종목표는 인간행복”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용 車 개발

‘로봇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고민

“나은 삶 위해 끝없이 듣고 배울것”

“정말 중요한 사실 한 가지가 있습니다. 인간을 향한 기술은 연구실에 박혀서 만들 수 없습니다. 과학기술자는 기술을 사용하게 될 사람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가 무엇을 어려워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직접 파악한 뒤에 연구 목적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사람의 행복을 생각하는 것만큼 강한 에너지는 없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편리함을 넘어 인류애로 진화되고 있는 최근, ‘로봇공학계의 레오나르도의 다 빈치’로 불리는 데니스 홍 캘리포니아대학(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는 미래의 기술은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에너지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헤럴드경제는 미국 로스엔젤레스 UCLA 로멜라(RoMeLa) 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그를 지난달 22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미국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개발한 이 시대 최고의 로봇 공학 엔지니어다.

그는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말했던 시각장애인 자율주행 자동차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시각장애인도 운전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시각장애인들과 2박3일간 함께 먹고 자고 생활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시각장애인들이 어떻게 보이지 않는 것을 인지하는지, 어떤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어떻게 촉각을 사용하는지를 직접 관찰했다.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을 멤버로 영입하기도 했다.

세상이 그를 둘러싼 화려한 수식어들보다 그의 로봇들에 묻어나는 ‘따뜻함’에 주목하는 이유들이다.

홍 교수는 “내가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과학기술자는 기술이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드는 지점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자신의 인생에서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4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3년이나 지났지만 복구 작업은 지지부진했다. 철근은 엿가락처럼 늘어졌고 무너져 내린 지붕이 자갈 더미가 돼 남았다. 일본 정부는 사고현장 복구를 위해 세계 과학자를 초청했다. 사람 대신 일본과 미국의 최신 군사로봇으로 원자로 근처를 관측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로봇의 화면은 단 몇 초 만에 작동을 멈췄다. 고농도 방사능에 노출돼 ‘죽은’ 것이다.

그도 현장에 있었다. 그는 “최첨단 로봇들이 실제 재난현장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며 “내가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무척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로봇 개발의 방향을 바꿨다. 이전까지 ‘어떻게 하면 인간에 더 가까운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 이날 이후 그는 ‘어떻게 하면 인간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로봇을 만들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로봇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란 근원적 질문을 다시 하게 됐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10년간 했던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를 접었다”며 “‘진짜’ 로봇이란 사람을 닮은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 할 수 없는 일과 사람이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는 지능적 기계라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선 새로운 방식의 로봇을 고민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후 UCLA 로멜라 연구소에서 이족 보행 로봇, 두 개의 다리로 이족 보행을 하는 동시에 나머지 두 팔로 사물을 집을 수 있거나 네 개의 다리 모두 걷는데 사용할 수 있는 로봇, 생체 모방형 로봇, 아메바 로봇, 부력을 이용한 로봇, 스프링이 달린 외다리 점핑 로봇 등을 개발했다.

홍 교수는 “재난현장에서 툭하면 넘어지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닌 한 가지 업무를 제대로 하는 여러 종류의 새로운 로봇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올해 CES 2019에서 소개된 로봇 가운데 그가 생각하는 ‘진짜 로봇’은 없었다고 말했다. 생활의 편리성을 강조한 로봇 기술은 만날 수 있었지만 이를 넘어서 인간의 한계를 보완하는 로봇은 없었다는 게 그의 얘기다.

AI 로봇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피아’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소피아는 60여 가지 감정을 표현하는 휴머노이드 AI 로봇이다. 그는 “소피아는 AI 로봇 기술에 대한 인식이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AI 로봇은 인터넷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문장들을 이용해 통계적으로 가장 적절한 문장을 골라 출력하는 기계”라며 “그런데 문제는 로봇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인간의 생각을 읽고 진짜로 대화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지점에서 큰 문제가 생긴다. 사람들은 AI 로봇이 인간의 영역을 넘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삶을 한순간에 뒤바꿀 것이라는 말에 크게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낯선 기술에 대한 두려움은 당연하지만, 그럴수록 AI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더라도 AI 로봇은 사람의 친구라기보다는 사람과 대등해질 수 없는 도구가 돼야만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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