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60년’ 이미자의 전통가요 사랑 “천박한 노래 꼬리표에도 잘 버텼죠”

“노래인생 60년 나의노래 60곡” 20190222000536_0

 

“여러분(기자들)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이 자리에 오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그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대표하는 가수 이미자(78)씨가 데뷔 60주년을 맞았다. 21일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데뷔 6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가진 ‘엘레지의 여왕’은 벅찬 감정을 억누리기 힘든 듯했다. 이 자리에서 대표 음악을 엄선해 신곡 ‘내 노래 내 사랑 그대에게’와 옛 곡을 리마스터링한 기념앨범 ‘노래인생 60년 나의 노래 60곡’ 발매 사실을 알렸다.

세 개의 CD로 나눠진 음반은 옛 곡을 다시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재편곡하여 소리의 질감을 높였고 리마스터링을 통해 옛 곡도 더욱 정교하고 맑게 제작되었다.

“60년간 보람된 일도 많았지만, 힘들고 견디기 힘든 시절이 더 많았다. ‘동백아가씨’(1964년)를 불렀던 1960년대가 내게는 가장 바쁜 해였다. 그 당시 내가 바빴던 이유는 그 어려운 시대 노래말과 제 목소리가 맞았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한다.”

이미자씨는 기념음반 발매에 대해 “여러분께,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리는 것만이 사랑받아온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음반에는 라이브 연주에 맞춰 새로 녹음한 곡이 10곡이나 돼 20대부터 70대까지 어떻게 목소리가 변해가는지도 느껴볼 수 있다.

“나는 가장 바빴을때, 가장 기뻐해야 할 때에 꼬리뼈처럼 따라다니는 게 있었다. 이미자의 노래는 질이 낮다, 천박하다, 술집에서 젓가락 두드리면서 부르는 저급한 노래라는 것이었다. 당시는 소외감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힘들었다. 나도 서구풍 발라드를 부를수 있는데, 한번 스타일을 바꿔 불러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참았다. 6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절제하면서 잘 지탱해왔구나’하고 자부심을 갖게 됐다.”

이미자씨는 노래에 기교를 넣지 않고 자연적인 창법으로 부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감정이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딱 필요한 만큼만 사용해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노래를 꺾어 부르거나 굴리는 몇몇 후배 트로트 가수들과는 다르다.

“오래 부르다 보면 기교가 생긴다. 노래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 박자를 늘렸다가 좁혔다가 하는 습관이 생긴다. 나는 레코드를 취입할 때나 무대에 설 때마다 절대 오버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테크닉보다는 처음 악보대로 정직하게 부르는 것, 그게 좋게 된 것 같다.”

이미자씨는 “60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미자의 3대 히트곡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가 모두 금지당했을 때다. 35주간 KBS에서 1위했던 곡이 하루 아침에 차트에서 없어졌다. 어디서건 들을 수 없었다. 제 목숨을 끊어놓은 것이다. 하지만 팬들이 한사코 불러준게 제가 여기에 설 수 있게 된 원동력이다”고 말했다.

실제 19살때인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해 60년간 2100여곡을 발표했다. 그의 노래는 개발독재시절 힘든 나날을 보내는 여성의 감성을 어루만져준 ‘위무가’였다.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한풀이이며 마음의 정화였다. 거기에 깊은 교감까지 있었다. 그의 노래를 들어보면 한(恨)과 설움을 삼키는 정서의 애가(哀歌)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세 장의 CD중 CD1(감사)은 주제곡과 기념곡 위주로, CD2(공감)는 ‘동백아가씨’ 등 히트곡 위주로 실었다. CD3(순수)에는 ‘황성옛터’ ‘눈물 젖은 두만강’ ‘목포의 눈물’ 등 사라져 가는 전통가요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아 자신의 노래보다 더 신경 써 불렀다.

“녹음을 하다 보니 가슴에 와닿는 곡들이 많았다. 영원히 남겨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라 잃은 설움과 배고픈 설움을 달래주던 고마운 곡들, 전통가요가 사라지는 건 아쉬운 일이다. 가요 뿌리가 사라지지 않으려면 가사 전달력이 좋아야 한다. 발음이 부정확해 가사 전달이 안되는 노래들이 많지만, 나는 기쁘면 기쁘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표현하는 가사전달에 신경을 쓴다.”

이미자씨는 5월 8일부터 사흘간 세종문화회관에서 60주년 기념 콘서트도 열고 전국 순회공연도 갖는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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