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되면 정부 세금수입 줄어든다…로봇 세 도입 ‘고개’

자동화로 인한 실업률 증가 우려

빌 게이츠 “‘로봇세’로 사회복지 지원해야”

실업률 증가→정부 소득세 수입 하락

기업, 급여세 회피 위해 자동화 시스템 도입하는 경우도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지난 2017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로봇에 세금을 부과해야한다”며 이른바 ‘로봇세(robot tax)’를 주장했다. 로봇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세금을 걷어서 사회복지를 위해 사용해야한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였다.

오마바 대통령 시절, 백악관의 경제자문역이었던 로렌 서머스는 즉각 이를 ‘잘못된 생각’이라며 비판했다. 무엇보다 세금 부과 대상인 ‘로봇’을 어떻게 정의할지부터가 모호했기 때문이다.

유럽 역시 ‘로봇세’에 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로봇세가 로봇을 통한 ‘혁신’을 제한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로봇세’가 다시 수면 위에 오른 것은 2020년 미 대선을 향한 레이스가 초읽기에 돌입하면서다. 민주당 경선 출마를 선언한 실리콘밸리의 사업가 앤드류 양은 최근 “앞으로 로봇 자동화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실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딥러닝의 대가로 알려진 마이클 힌튼 토론토대 교수 역시 지난해 11월, 자동화 시대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돌파할 대안으로 ‘세금 부과’를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로봇과 싸우지말고, 그들에게 과세하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자동화시스템에 대한 과세가 생각하는 것만큼 파괴적이지 않을 수 있다”면서 ‘로봇세’ 도입을 지지했다. NYT는 우리나라가 지난 2017년 세법개정을 통해 2018년부터 생상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 혜택을 기존 3~7%에서 하향조정 한 것을 예로 들며 “ 자동화면에서 가장 앞서 있는 한국의 경우 자동화에 투자한 기업에 대해 세금 공제를 줄임으로써 사실상의 ‘로봇세’를 부과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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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세 도입 주장의 가장 주요한 배경은 자동화로 인한 정부의 세수 감소다. 자동화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게 되면 당장 소득세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실제 미국의 경우 소득세는 국세청이 매년 거둬들이는 3조 달러의 절반을 차지하고, 급여세는 또 다른 3분의 1을 차지한다.

2년 전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자동화로 대체될 수 있는 직업들의 대부분이 미국 내 경제활동의 51%를 차지하며, 2조 7000억 달러의 임금과도 맞먹는다고 분석했다. 또한 연구소는 오늘날 업무활동의 절반이 2055년까지 자동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매해 수천억 달러의 세금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로봇의 증가는 정부 세수를 감소시키는 동시에 정부 서비스에 대한 니즈(needs)도 높일 가능성이 높다. 자동화로 인해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을 재교육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저임금 노동자들이경제활동에서 밀려나면서 늘어나는 사회복지 서비스를 충당해줘야 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기업이 자동화 시스템을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세금 회피용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점도 ‘로봇세’ 도입 논의에 힘을 싣고 있다. 다수의 나라는 자동화 시스템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NYT는 영국 써리법대의 라이언 애벗과 브렛 보겐슈나이더 교수의 분석을 인용, “현재 세수입의 대부분은 노동소득에서 나오고 있으며 기업들은 직원을 없앰으로써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로봇세’ 도입이 당장 실현가능한 것은 아니다. 단순히 기계에 모두 세금이 적용될 수 있는지, 혹은 최근 개발붐이 일고 있는 인공지능 역시 세금부과 대상인지에 대해서도 이해당사자 간의 긴 논의가 필요하다.

NYT는 “우리는 ‘혁신’에 세금을 부과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단순히 일자리를 빼앗기 위해 고안된 투자에 보조금을 줄 이유는 없다”면서 “적어도 로봇에 대한 세금은 기업들이 언제 어디서 로봇을 배치할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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