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 남성이 지배…부의 성평등, 200년 이후에나 가능”

BOA “남녀 간 경제적 격차 ‘달팽이 걸음’ 수준으로 줄고 있어”

기업 이사회 참여 비율ㆍ임금도 남녀차별 여전

“성 평등 문제 해결, 기업과 나라 경제의 성장 도모할 것”

7일(현지시간) BOA는 세계 금융 자산의 대부분은 남성에 의해서 통제되고 있으며, 남녀 간 경제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20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게티이미지뱅크]

세계 금융 자산의 대부분은 ‘남성’들에 대해서 통제되고 있으며, 남성과 여성 간의 자산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2세기 이상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임금과 기업 이사회 참여 등의 부분에서도 여전히 남녀 간 차별이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nk of America Merrill lynchㆍ이하 BOA)는 ‘쉬-코노미(She-conomy)’ 보고서를 발간, 남성과 여성 사이의 임금과 고용 격차에 대해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국제 여성의 날은 여성의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업적을 기리는 범세계적 기념일로 지난 1975년부터 유엔이 공식 지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들이 부를 축적하는 속도는 남성에 비해 1.5배 빠르며, 2020년에는 72조 달러의 금융 자산을 소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0년과 비교해 두 배 수준이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 간의 부의 격차가 줄어드는 속도는 ‘달팽이 걸음’ 수준이다. 부의 축적 속도가 현재 상태로 지속된다면 남녀 간 자산 격차가 해소되는 시점은 202년 후다. 앞서 지난 2017년 BOA는 성별 간 부의 평등이 이뤄지려면 217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BOA의 자산전략가인 하임 이스라엘은 “남녀 간의 경제적 격차는 아주 천천히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남녀 간 임금 격차 또한 수십 년 혹은 수 세기가 걸릴 수 있다. 서유럽의 여성들은 60년 후 동일 업무에 대해 남성과 똑같은 수입을 얻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보고서는 “북아메리카의 여성들은 165년을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BOA는 임금 격차를 발생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 공백’을 지목했다. BOA는 이를 이른바 ‘모성 벌칙’이라고 표현, 지난 12년 동안 여성의 시간당 급여율은 남성의 임금보다 33%나 낮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금융 위기 이후 개선되는 분위기다. 보고서는 미국의 경우 고학력 직장 여성의 비율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역시 여전히 남성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고 있고, 고소득층에서의 여성 비율도 뒤쳐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내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서도 여성의 입지는 좁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S&P 500 기업의 평균 여성 이사 수는 남성 4명당 1명 꼴이었다. 이사회 내에서 남녀 비율이 50대 50인 기업은 5개에 불과했다. 반면 유럽의 경우 기업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이 지난 15년간 200% 증가했다.

성 평등 문제 개선이 기업과 경제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맥킨지는 직장 내 여성의 평등 문제가 개선되면 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 경제 규모는 12조~28조 달러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키도 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연간 총생산의 합과 거의 비슷한 규모다.

이스라엘 씨는 “여성의 참여를 통해 이사회에서 다양성을 높인 기업들은 수익과 배당률의 변동성이 낮아졌다”면서 “성 차별을 좁히기 위한 노력은 기업에 분명한 인센티브를 가져다 준다”고 설명했다.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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