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보호주의’ 바람…산업-경쟁 정책 충돌

독점 우려 vs 자유경쟁 보장 맞서

김상조, 보호주의 강화 우려 표명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12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에서 열린 유럽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12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에서 열린 유럽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시작된 ‘자국 기업 보호주의’가 유럽으로까지 번졌다.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적 독점기업의 출현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자국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산업 정책과 자유로운 경쟁을 보호해야 한다는 경쟁 정책이 서로 충돌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14일 공정위에 따르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요하네스 라이텐베르거 EU 집행위 경쟁총국장과 만나 비공개 회담을 갖고, 보호주의, 산업-경쟁 정책 충돌 등 문제를 논의했다.

최근 유럽에는 ‘자국 기업 보호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월 EU 경쟁당국이 세계 2위 철도차량 제조업체인 독일 지멘스와 3위 프랑스 알스톰의 철도사업 합병을 불허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세계 선두인 중국의 중궈중처(CRRC)에 대항하기 위해 ‘EU 핵심기업(National Champion)’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미국 등 경제대국의 보호주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EU 경쟁당국의 시각은 달랐다. 같은 업계에서 활동하는 두 회사 간의 수평적 합병은 소비자의 선택 폭을 제한하고, 가격 상승과 같은 부정적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혁신 감퇴로 장기적인 소비자 후생도 저해될 것이라고 봤다. 중국 철도 업체들이 당분간 유럽에 진출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뜻대로 되지 않자 지난달 독일과 프랑스의 재무부 장관은 함께 ‘21세기 EU의 산업정책을 위한 독일-프랑스 공동선언문’를 발표했다. 공동선언문은 EU 핵심기업을 양성하기 위해 기업결합 심사기준 등 경쟁법을 ‘기업 보호주의’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U이사회가 기업결합 심사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해 EU 집행위원회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도 담았다.

김 위원장은 “EU경쟁당국의 합병 불허 결정은 경쟁법 시각으로는 일반적인 결정이었다”며 “하지만 산업정책 등 많은 측면에서 논란이 있는데, 이런 현상은 앞으로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U 측에 보호주의 강화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브뤼셀(벨기에)=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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