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원장, 또 재벌 언급…“큰 것이 아름다운 건 아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경쟁회의에 토론자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한국의 재벌을 또다시 언급하며 “큰 것이 항상 아름다운 건 아니라는 게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경쟁회의에 토론자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한국의 재벌을 또다시 언급하며 “큰 것이 항상 아름다운 건 아니라는 게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IMF 외환위기 때, 일부 대기업의 파산으로 국가경제 전반이 붕괴됐다. 또 경제력 집중은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이 가능한 건강한 생태계 형성을 저해시켰다. 결국 큰 것(재벌)이 항상 아름다운 건 아니라는 게 밝혀졌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4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경쟁회의에 토론자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12일 세르비아에 이어 연이틀 재벌에 대한 언급을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과거 한국에는 ‘큰 것이 좋다, 클수록 좋다’는 믿음이 있었다”며 “제한된 자원을 소수의 대기업에 집중시키고, 그 결과 소위 재벌 기업들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의 발언을 인용하며 구체적인 재벌 기업 이름을 짚었다. 알트마이어 장관은 앞선 연설에서 ‘한국’을 세 차례 언급하며 다른 국가들은 산업정책을 통해 TVㆍ반도체ㆍ자동차 등 분야의 국가대표 기업을 키웠고, 유럽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아마 알트마이어 장관이 염두에 둔 한국 기업은 삼성(반도체ㆍTV), LG(전기차 배터리), 포스코(차량용 철강), 현대차(자동차)였을 것”이라며 “이들 기업은 미래에도 한국 경제성장의 동력일 것이며 모든 한국인은 이 기업들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상생 생태계 형성 저해 등 사례를 언급하며 거대기업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크다는 것 자체는 중립적인 개념”이라면서도 “다만 기존 시장지배력을 레버리지로 활용하거나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공정경쟁의 기반을 훼손하는 경우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 개혁 의지를 드러낸 후 곧이어 구글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시사했다.

이미 공정위는 구글이 운영체제(OS) 시장의 지배적지위를 남용, 앱마켓 시장의 경쟁을 제한했다고 보고 관련 혐의를 조사 중이다. 김 위원장은 “현재 전세계 검색시장은 구글, 전자상거래 시장은 아마존, 소셜네트워크 시장은 페이스북이 장악하고 있다”며 “네트워크 효과, 쏠림현상 등으로 인해 승자독식의 현상이 만연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과소 규제에 따른 비용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보고 경쟁당국 간 협력해 이들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박 의견도 제시됐다. 토론자로 동석한 울리히 누스밤 독일 경제에너지부 사무차관은 “현실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업의 규모도 중요하다”며 “국가 보조금, 통제 등 각국 차원의 개입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차원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기업에 대한 국가 보조, 금융 지원 등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는 독일 연방카르텔청이 1982년부터 2년마다 개최하는 대표적인 국제회의로 이날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등 전세계 60여개국에서 경쟁당국 고위인사 600명가량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이 참석한 1섹션의 주제는 ‘글로벌 시장지배력의 확대-거대기업, 나쁜 것인가 아름다운 것인가’였다.

[베를린(독일)=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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