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견제에 멈춰선 중국 반도체 굴기

메모리반도체 중국발 치킨게임 없을 것

중국 메모리반도체 대신 파운드리에 집중할 전망

[연합]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중국 내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와 시장 개방 등의 이슈가 발생하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중국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의 현황 및 영향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현재 20% 수준의 반도체 자급률을 2015년 7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예정대로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미국은 중국 정부가 제조업 고도화를 목적으로 추진 중인 ‘중국제조 2025’에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특히 반도체 등 첨단기술 산업에서 중국을 견제 중이다.

이에 중국은 M&A를 활용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할 방침이지만,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등의 반대로 마이크론 인수를 비롯해 주요 M&A에서 실패하고 있다.

아울러 반도체 생산의 핵심 요소인 장비와 소재를 해외로부터 원활하게 조달하려 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은 상태다.

여기에 2019년 양산을 목표로 D램 생산을 준비 중이던 푸젠진화반도체는 미국의 핵심 반도체 장비 수출 거부 등으로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국내 기업과 비교해 약 3~5년의 기술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D램 부문에서 푸젠진화반도체는 결국 메모리반도체 생산 계획을 철수하고 파운드리로 전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낸드플래시에서도 양쯔강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32단 3D 낸드플래시 제품을 2018년부터 소량 생산 중인데, YMTC의 기술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원가경쟁력까지 떨어져 후발 업체가 누적 손실을 감내하고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중심으로 수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의 견제가 약하고 자국 수요가 풍부한 분야가 파운드리이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파운드리의 주요 수요처인 팹리스(시스템 반도체 설계)의 경쟁력이 탄탄하다. 전 세계 팹리스 매출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기준 11%로, 2010년 5%에서 점유율이 큰 폭으로 상승해 있다.

휴대폰을 보더라도 삼성전자 등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사는 주로 퀄컴의 AP를 사용하지만, 중국 화웨이는 계열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자체 모바일 AP를 개발해 탑재 중이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역량이 파운드리에 집중될 경우 국내 기업이 주력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는 공급 증가의 리스크가 축소되는 등의 반사 효과가 기대된다.

김수진 수석연구원은 “2~3년 내에 중국이 메모리반도체 생산량을 유의미하게 늘리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중국발 치킨게임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2019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역성장이 예상되나 공급 증가의 리스크가 없고 수요가 회복돼 2020년은 20%의 성장세 회복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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