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하숙’, 기시감이 들어도 좋다

20190318000584_0나영석 PD는 tvN ‘스페인 하숙’에 대해 “‘삼시세끼’와 비슷하다. 차승원과 유해진이 우주정거장에 간들 이전에 보여주었던 것과 똑같은 짓을 할 것이다. 두 사람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웃음과 즐거움을 드리는 관계를 또 보여드리고 싶다”면서 “두 사람은 어떻게든 해내고 즐거움과 여유를 찾는 능글능글함이 매력이다. 이번에도 차, 유의 농익은 매력이 여지없이 발산된다”고 말했다.

역시 그랬다. 지난 15일 첫방송된 ‘스페인 하숙’은 차승원, 유해진, 배정남이 낯선 스페인을 여행하며 한식을 그리워할 한국인은 물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외국인에게도 따뜻한 숙식을 제공하는 관찰예능.

차승원과 유해진의 익숙한 케미와 익숙한 즐거움이 나오지만 상황이 달라지면서 또 다른 모습도 나올 것이 기대된다. 물론 그들이 보여주는 익숙한 즐거움은 또 한번 소비거리로 괜찮을 것 같다. 김대주 작가는 “사람들이 차승원-유해진이 함께 있는 게 왜 즐거운지 알겠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 세 명이 하숙집을 연 곳은 장장 800㎞에 이르는 산티아고 순례길 한폭판의 작은 마을 인 ‘바야프랑카 델 비에르소’다. ‘스페인 하숙’이 있는 곳은 순례길중에서 가장 가파른 코스라고 한다. 도보여행에 지친 이들에게 따뜻한 잠자리와 식사를 대접하는 ‘알베르게’(Albergue)다. 여행객들은 종교적인 이유보다는 이직 등 새로운 인생 전환기에 있거나 가족간의 결정을 앞두고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한다.

하지만 유해진은 누가 들어올지 예측할 수 없는 숙박객에게 그와 관련된 질문을 일체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 PD는 “유해진 씨가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라고 말했다”라면서 “그냥 맛있는 것 해주고, 순례중 아픈 곳은 없는지, 또 음식이 맛있는지만 물어보는 걸 보고 나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이들 세 사람의 역할은 도보여행객이 편하게 쉬어갈 수 있게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다. 차승원-배정남의 주방팀과, 설비부의 유해진은 이를 위해 최적화된 소수정예팀이다.

1회에서는 주방팀은 하숙을 한 바퀴 둘러본 뒤 순식간에 다음날 메뉴로 제육덮밥과 라면을 정했다가 유해진의 권유로 된장찌개를 추가했다. 호흡이 척척 맞았다.

주방팀은 식사 준비를 위해 장을 나섰고, 차승원은 식재료들의 이름을 스페인어로 준비해오는 정성을 발휘했다. 집으로 돌아온 차승원은 곧장 깍두기를 담구는 데 돌입했고, 태어나 처음으로 양파와 마늘을 까본다는 배정남은 ‘마늘 까기 인형’에 등극했다.

주방팀의 하청업체를 자청한 설비팀의 유해진은 “주방팀에 비해 설비팀 지원이 영세하다”는 투덜 아닌 투덜도 잠시,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냈고, 시도 때도 없는 농익은 아재개그로 웃음을 안겼다.

유해진은 합판과 매직펜 단 두개로 방 문패부터 오픈 알림판까지 만드는 동시에, 식당에 꼭 필요한 식기 건조대까지 뚝딱 완성해내며 유해진 표 북유럽 감성의 토종 한국 가구 브랜드 ‘이케요(IKEYO)’를 론칭해 웃음을 선사했다. 아재 감성이면서 위트와 센스가 넘쳤다. 특히 말만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내는 유해진의 추진력과 남다른 친화력은 시청자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스페인 하숙’을 오픈한 이들은 혹시 손님이 오지 않을까봐 계속 마음을 졸이다 첫 손님을 맞이했다. 우연히 간판을 보고 들어왔다는 손님은 차.배.진 트리오의 모습에 놀라면서도 한식을 먹을 수 있다는 말에 행복해 했다. 방송 말미에는 숙박객으로 외국인들이 계속 등장하는 모습이 그려져 다음 주 방송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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