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봄, 올 듯 말듯…북미 ‘강대 강’ 속 호흡 고르기

트럼프 추가제재 철회 대북압박 수위조절

북한 연락사무소 남측 인원 출경 승인 신중모드

한국 중재자ㆍ촉진자 역할 녹록치 않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3월 하순에도 동장군의 위세가 꺾이지 않듯이 3차례 남북정상회담과 2차례 북미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정세에는 좀처럼 봄기운이 감지되지 않는다. 북미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북압박 강화와 비핵화협상 중단 시사로 맞서고 있다. 다만 북미 모두 판 자체는 깨뜨리지 않겠다는 의도를 내보이며 호흡을 고르는 형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추가 대북제재 철회를 지시하며 대북압박 속도조절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북한에 대한 기존 제재에 더해 대규모 제재가 추가될 것이란 재무부 발표가 오늘 있었다”며 “나는 오늘 이러한 추가 제재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추가 제재를 두고 미 재무부가 전날 발표한 중국 해운사 2곳에 대한 제재 철회인지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며칠 뒤 예정된 대규모 제재 취소로 결론나는 기류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는 하노이 이후 대북 강경론자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앞장서 강조해온 최대압박 기조와 결을 달리한다. 북미 간 대립이 심화되고 교착상태가 장기화되려는 시점에 확전을 방지하고 협상동력을 되살리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좋아하며 이런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북한도 북미 비핵화협상 중단과 핵ㆍ탄도미사일 시험 재개 가능성을 내비친 뒤 2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 등 현재 돌아가는 판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 일단 북한은 남북관계에 있어서 이전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5일 ‘스스로 제 손목에 족쇄를 채우지 말아야 한다’는 개인 논평에서 “남조선 당국자들이 ‘제재의 틀’ 안에서 협력교류를 운운하는 것은 북남선언들에 합의한 당사자로서 약속도, 의무도, 예의도 다 줴버린(함부로 내버린) 행태”라며 “북남합의의 정신에도 배치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전날에는 한국 정부의 한미공조를 통한 실질적 비핵화 진전 방침을 겨냥해 한심하고 가련하다는 식으로 비난했다.

다만 북한은 연락사무소 철수 이후 25일 우리측 인원들의 연락사무소 근무를 위한 출경을 수용하고 필요한 협조를 제공하는 등 나름 수위조절도 병행하고 있다. 북한이 현시점에서 연락사무소 폐쇄보다는 일시적 중단에 무게를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문제는 아슬아슬한 판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출구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입지가 녹록치 않다. 특히 한국의 중재자 내지 촉진자 역할은 북미 양쪽으로부터 부정당하는 모양새다. 미국 내에서는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국의 방침을 북한에 설득해달라고 얘기한 취지를 한국이 중재를 당부했다는 식으로 발표한데 대해 불쾌하게 받아들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북미가 비핵화와 제재해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현실적으로 문 대통령의 손은 묶여있다”며 “문 대통령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은 하노이회담 이후 벽에 부딪혔다”고 평가했다.

북한 역시 한국의 중재자 역할에 마뜩찮은 시선을 감추지 않고 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북미대화 중단과 핵ㆍ탄도미사일 시험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회견에서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기 때문에 중재자가 아닌 플레이어라고 평가했다.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최근 “미국의 승인과 지시가 없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자기 처지도 의식하지 못하는 주제넘은 처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신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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