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사건에 ‘성인지 감수성’ 강조한 대법원 판결 대입해 보니…

주심 권순일 대법관, “가해자와 관계 유지했다고 범죄 사실 배척 안돼”

피해자 진술 신빙성 인정 여부가 상고심 판단도 좌우할 전망

안희정 전 충남도시자[연합 자료사진/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권순일(60ㆍ사법연수원 14기) 지난해 4월 제자를 성희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대학교수에 대한 해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성인지 감수성’을 대법원 판결문에 처음 언급한 권 대법관이 1,2심 결론이 엇갈린 안희정(54) 전 충남도지사의 상고심 주심을 맡게 되면서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27일 대법원에 따르면 안 전 지사의 상고심 사건은 1부에 배당됐고 권 대법관이 주심을 맡았다. 변호인으로는 법무법인 위민과 법무법인 도담 등 변호사 7명이 이름을 올렸다. 상고심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사실관계를 다투는 변론을 열지 않고 서면으로 1,2심 판결에 오류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이 사건에서 권 대법관의 ‘성인지 감수성’ 언급 전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1,2심에서 유무죄 판단이 피해자 김지은(34) 씨의 진술이 얼마나 믿을만한가에 따라 엇갈렸기 때문이다. 두 재판부 모두 안 전 지사가 ‘업무상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김 씨의 행동 정황을 봤을 때 ‘강제로 성관계했다’는 진술을 믿을 수 있는가에 관해서는 판단이 달랐다.

안 전 지사의 변호인단은 김 씨가 이모티콘이나 애교 섞인 표현을 사용하는 등 성범죄 피해자라면 도저히 보일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사실을 곧바로 현지에서 폭로하거나, 업무를 중단하지 않고 수행비서 업무를 지속했기 때문에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징역3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권 대법관은 ‘성인지 감수성’을 언급한 판결에서 “피해자는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 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판시했다. 또 “법원이 성희롱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피해자에게 신고 의사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한 부분은 성희롱 사실 발생 자체를 배척하는 근거로 삼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0차례에 걸쳐 업무상 위력으로 김 씨를 추행하거나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안 전 지사는 성행위가 있었음을 시인했으나 강제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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