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 인기비결, 풍부한 감성+물 흐르듯 흘러가는 소통방식

20190327000511_0크리에이터 윤종신(사진)이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30년차 뮤지션인 윤종신이 서른 살의 아티스트 장범준, 소녀시대 태연, 어반자카파, 거기에 올해 30주년을 맞은 패션브랜드 빈폴과 만나는 뮤직 프로젝트 ‘이제 서른’을 선보였다. 음악 플랫폼 ‘월간 윤종신’의 2019년도 또 하나의 프로젝트다.

50세인 윤종신은 늘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대중 문화계에 신선한 충격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동기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특별한 방법이라기 보다는 즉각적인 생각과 발상에 의해 대중과 소통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그가 30년간 대중가수이자 방송인, 콘텐츠기업 경영자, 식당 대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장기간 활동을 이어올 수 있는 비결이다.

이제는 국내 대표 가을 음악축제로 자리잡은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도 윤종신이 SNS에 “록, 힙합, 재즈 페스티벌은 있는데 발라드 페스티벌은 왜 없을까요”라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나는 1989년 한 가요제에서 발탁됐다. 원하던 학과에 가지 못해 수업을 땡땡이 치고 학사경고를 맞았지만 기타를 치면서 교내 가요제에 나가 금상을 받았다. 이후 공일오비, 신해철, 조용필 형님의 소속사와 연결되는, 믿기지 않는 많은 일들이 술술 풀렸다. 우리 회사(미스틱스토리)도 원래 ‘미스틱89’였다. 30년 음악 외길인생은 아니고 잡다하게 살아왔지만, 음악을 놓지는 않았다. 그런 내가 1989년에 태어난 가수들과 함께 컬래버레이션하는 프로젝트다. 업계에서 같이 가야하는 후배들에게 뭔가 이야기해줄 수도 있는 것 같다.”

‘이제 서른’의 첫번째 노래는 윤종신이 만들고 부르는 시티팝 장르의 신곡 ‘멋-서른에게’다. 후배 세 가수들은 4월부터 매달 한 곡씩, 1989년 발매된 가요를 재해석하는 리메이크곡들을 선보인다.

윤종신은 “1989년의 멋을 2019년에 재해석 하기에 최고의 음악 스타일이라 생각한다. 경쾌하고 밝은 느낌이지만 가볍지 않은 느낌으로 ‘이제 서른’을 맞이하는 분들에게 우리 모두 멋진 ‘30’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윤종신을 오랜 기간 취재하면서 느낀 점 중의 하나가 창작자로서 감성이 풍부하면서도 물흐르듯이 살아나간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점들을 음악 또는 토크로 솔직하고 담백하게 표현한다.

“어릴 때는 감각으로 음악을 했고, 나이들면서 생각으로 음악을 한다. 그 시작이 30부터라고 생각한다. 멋쟁이의 시작은 서른이다. 뿜어내는 시기다.”

‘멋’의 가사에는 ‘그 빛나는 걸 포기 하지마. 다시 안 올 그대의 서른 출발해봐. 짜치게 살지마. 나중에 안 그런 척 살지마’라는 파트가 있다. ‘짜치게 살지마(짜치다는 쪼들리다의 경상도 사투리다)’는 50세인 윤종신이 30살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말이다.

“우리 때는 멋부리는 사람이 많았다. 요즘은 모든 젊은이가 실속파다. 멋 부리는 건 아예 포기했다. 경쟁적이고 손해를 안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이해는 되지만 멋 좀 부려도 된다. 옷 잘입고 머리 멋있게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좀 뒤처져도 괜찮다는 말이다. 친한 사람에게 양보도 좀 하고. 젊은이들이 이런 데 조금만 더 신경써도, 조금만 헐겁게 살아도 눈살 찌푸릴 일이 줄어들 것이다.”

윤종신은 40대 초반인 데뷔 20주년에 위기를 맞이했다. 히트곡이 더 이상 안나올 것 같았다. “1년, 3년 준비한 노래가 하루만에 승부가 났다. 오후 6시에 공개하고 7시 음원차트에 못 들면 ‘망했다’고 한다. 말이 안된다. 내가 만든 음악이 충분하고 다양하게 반영이 안된다. 유저들은 훨씬 더 다양하게 음악을 듣고 있는데. ‘월간 윤종신’은 창작자로서의 자구책이었다. 2010년 시작해 10년을 만들었다. 매월 한곡씩 내니까 10년이 훅 지나갔다. 이렇게 하니 성과에 상관없이 즐겁더라.”

윤종신은 이 대목에서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이 구축돼야 창작자들이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음원차트 100위안에 든 ‘핫100’만 듣는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본인 취향찾기가 확보돼 정착되길 바란다.

50세인 윤종신은 음악을 발표하고, 음악 창작 소비 유통 구조와, 또 음악 하는 후배들과도 이런 식으로 소통하기를 즐긴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