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은 롯데를 어떻게 변화시켰나

2017년 롯데지주 출범 이후 구조개편ㆍ지분매각 활발

롯데지주 밖 계열사 30여개 남짓…호텔롯데 상장 ‘핵심’

롯데카드ㆍ손보 등 금융계열사 지분 매각작업 ‘순항’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여당과 정부가 오는 6월까지 공정거래법 등 공정경제 관련 법 개정을 마무리하기로 한 가운데, 규제 강화에 대비한 지배ㆍ사업구조 개편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자회사 및 손자회사에 대한 지주회사의 지분율 요건이 강화돼 추가 지분 매입을 위한 필요자금이 늘어나고 있고, 한편으로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확대되면서 총수일가가 보유한 일정 지분의 매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간 공정거래법이 유도하는 방향에 따라 가장 적극적으로 지배ㆍ사업구조를 개편해온 것으로 꼽히는 것은 롯데그룹이다.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회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분 매각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롯데그룹 구조 개편 작업의 한 획이 그어진 것은 지난 2017년 10월.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 상장 계열사의 투자 부문이 합병된 ‘롯데지주’가 출범하면서부터다.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015년부터 추진해온 작업의 결과물이었는데, 직전까지 50개에 달하던 그룹 순환출자 고리는 지주 출범 이후 13개로 줄어들었다. 둥근 마름모꼴에 롯데를 상징하는 알파벳 ‘L’을 소문자로 쓴 현재의 기업이미지(CI)를 새로 발표한 것도 이때였다.

그러나 지주사의 출범은 롯데 그룹에 또 다른 과제를 안겼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 체제에서 파생될 수 있는 경제력 집중의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행위제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데, ▷자회사 지분 일정 비중 이상 보유(상장사 20% 비상장사 40%, 전면개정안 통과시 각각 30ㆍ50%로 상향) ▷자회사 외 국내계열사 지분 소유 금지 ▷금융ㆍ보험업 국내회사 지분 소유 금지 등이 대표적이다.

헤럴드경제DB

우선 지난해 4월, 롯데그룹은 롯데상사, 롯데아이티테크, 대홍기획, 한국후지필름,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지알에스 등 6개 비상장사의 투자사업부문을 롯데지주에 통합하면서 순환ㆍ상호출자 고리를 완전히 해소했다. 지주사 출범 과정에서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 및 상호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으로, 등기일(2017년 10월 12일)로부터 6개월 이내라는 기한을 충족했다.

6개 계열사의 분할합병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한 직후, 롯데푸드와 롯데지알에스가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 전량을 롯데지주에 매각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일반지주회사의 자회사는 직접 출자, 지배하고 있는 손자회사 외 다른 국내 계열 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는 공정거래법 규제를 충족하기 위함이었다.

20190331000082_0같은해 6월에는 신동빈(사진) 회장은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지분을 현물출자하고 대신 롯데지주 신주를 받는 형태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지분을 상장사의 경우 20%, 비상장사의 경우 4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는 현행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2분기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의 지분율은 각각 8.23%, 18.33%에 그쳤지만, 다음 분기 지분율은 21.37%, 24.94%까지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앞서 6개 계열사를 분할합병하면서 8.63%로 줄어든 신 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율은 다시 10.47%로 높아졌다.

이어 10월, 롯데지주는 호텔롯데 및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 일부를 포함해 총 796만5201주(지분율 23.24%)를 2조2274억원에 사들였다. 공정거래법 규제와는 무관하게, 롯데지주의 핵심 캐시카우 중 하나인 롯데케미칼에 대한 안정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화학 계열사를 편입하고 롯데그룹 총 91개 회사 중 61개사를 거느리게 되면서, 롯데지주는 유통ㆍ식품 등 업종만 거느리는 ‘반쪽짜리 지주사’라는 세간의 지적을 해소했다. 현재 롯데지주 외부에는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을 비롯한 30여개 계열사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향후 롯데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호텔롯데의 상장ㆍ합병이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출범 전까지 롯데케미칼, 롯데물산, 롯데건설 등을 거느리며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해왔던 회사다.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지분율 19.07%)를 비롯한 일본 주식회사 L1~L12 투자회사가 97%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일본 롯데 영향력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호텔롯데가 상장하면 일본 롯데 영향력이 크게 낮아질 수 있으며, 실제 신 회장은 지난 2015년, 호텔롯데의 상장 및 신주발행을 통해 일본 주주의 지분율을 50% 이하로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도 롯데지주는 공정거래법상 금융ㆍ보험사 주식 소유 금지 조항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사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다. 롯데카드의 경우 한화그룹, 하나금융그룹을 비롯해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PE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카드 원매자로도 나선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와 함께, JKL파트너스, 대만 푸본금융그룹, 외국계재무적투자자FI 등이 인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에 대한 본입찰은 다음 달 중순 실시될 예정이며, 또 다른 금융 계열사인 롯데캐피탈은 이들 두 회사 매각 과정이 상당 부분 진행된 이후 다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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