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잠룡 바이든, ‘스킨십’에 발목 잡히나

여성 정치인 플로레스 “바이든, 과거 모욕적 신체접촉”

바이든 “절대 부적절하게 행동하지 않았다” 해명

과거 힐러리·장관 부인 등에 스킨십 논란

샌더스·클로버샤 의원 “플로레스 믿지 않을 이유 없어”

2015년 2월 17일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 취임식에서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이 카터 장관 부인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귓속말을 하고 있다.[게티이미지]

미국 민주당의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친밀감의 표시로 해온 ‘스킨십‘(신체접촉)이 도마에 올랐다. 과거 같은 당 소속 여성 정치인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선 후보 자질 논란까지 불거지는 양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3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의 여성과의 애정 어린 육체적 스타일이 조사 대상이 됐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여성의 뒤에서 어깨에 손을 얹고 귀에 속삭이는 모습은 이미 여러 차례 포착됐다.

2016년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몸통을 손으로 감고 인사한 모습이나, 2015년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취임식에서 카터 장관 부인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귓속말을 하는 모습이 사진에 담기기도 했다.

이같은 스킨십은 40여 년간 공직에 몸담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였다고 WP는 전했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 여성 정치인이 바이든의 신체 접촉이 불쾌했다고 털어놓으면서 그의 행동의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14년 민주당의 네바다 주 부지사 후보였던 루시 플로레스(39)는 최근 뉴욕 발행 잡지 ‘더 컷(The Cut)’에 기고한 글에서 선거 유세 현장을 찾은 바이든이 연단으로 올라가려고 대기하던 자신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머리에 코를 갖다 대 냄새를 맡고선 뒷머리에 키스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는 플로레스는 “미국의 부통령이 가까운 친구나 가족, 연인 사이에서나 있을 법한 친밀한 방식으로 나를 접촉했다”며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모욕적이고 무례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랜 세월 유세장과 공직생활에서 수많은 악수와 포옹, 그리고 애정과 지지, 위로의 표현을 했다”며 “단 한 번도 부적절하게 행동했다고 믿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는 “만약 내가 그렇게 했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면 정중하게 듣겠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결코 나의 의도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바이든이 2020년 대선 출마 여부 발표를 준비하는 가운데 이번 일은 그가 백악관에 적합한 인물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게다가 ‘미투(MeToo)’ 운동의 바람이 거세고 사회적 규범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점이라 더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그는 가정폭력을 비판하며 1994년 ‘여성폭력방지법안(Violence Against Women Act)’을 통과시키는 데 앞장선 인물이라 의견이 분분하다.

테리 푸어 성폭력근절국민동맹(NAESV) 정책국장은 “바이든 전 부통령은 정책과 대학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 멋진 동맹이었다”면서 “그러나 누구도 예외는 아니다. 모두의 행동은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니퍼 로리스 버지니아대 교수는 “바이든 전 부통령으로선 플로레스와의 만남이 미투 운동이 일어나기 전인 2014년이었다는 것이 행운”이라면서 “그런 행동이 지금 일어났다면 더 큰 반발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내에선 플로레스의 주장을 수용하면서도 바이든이 대권을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바이든과 함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과 에이미 클로버샤(민주·미네소타) 상원의원 등은 “플로레스를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바이든은 플로레스의 주장에 대답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이 대선에 출마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그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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