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배송전쟁] 미국 ‘음식주문’ 500 억불 혈투…한국 ‘새벽배송’ 4000억 경쟁

음식 배달 ‘제3자 플랫폼’ 성장 아마존 ‘밀키트’ 프라임 배송

월마트 등 슈퍼도 수십억불 투자 유럽·동남아도 배달시장 급성장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있는 한 소비자가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빵집 체인 파네라브레드에 전화를 건다. 9.99달러짜리 샌드위치를 주문하면 30분 안에 문 앞까지 가져다 준다. 집에서 요리를 하거나 나가서 음식을 사 먹는 것보다 빠르고 간편하다. 시간과 수고, 차비를 계산하면 가격도 비싸지 않다.  반면 파네라브레드의 사정은 다르다. 배달 한 건당 인건비, 연료비, 포장비 등 5달러의 비용이 추가로 든다. 하지만 고객이 이탈할까봐 3달러만 받고 있다. 대량 주문이 아닌 경우엔 오히려 손해다.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수많은 식당, 식품업체, 슈퍼마켓들이 초고속성장 중인 음식료 배달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부는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고군분투하고 있다. 미국은 음식과 식료품 배달 시장 규모가 최근 5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된다. 로봇과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경쟁도 불붙었다.

음식배달 시장이 일찌감치 발달한 한국의 경우엔 식료품 ‘새벽배송’이 새로운 트렌드다. 지난해 관련 시장 규모가 4000억원대에 이르렀다. 미국에서 음식료 배달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배달대행업체, 즉 ‘제3자 플랫폼’이다.

대형 체인은 자체 배달 시스템을 갖췄지만 대부분 소규모 업체들은 그럽허브, 우버 이츠, 도어대시 같은 제3자 플랫폼에 수수료를 주고 배달을 맡긴다. 이때문에 영세 식당, 슈퍼마켓들의 이익은 오히려 감소하는 반면, 제3자 플랫폼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투자회사 윌리엄블레어앤드컴퍼니에 따르면 그럽허브의 지난해 미국 내 음식 배달 매출은 51억달러로 추산되며 2022년에는 116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우버 이츠의 매출은 37억달러에서 116억달러로, 도어대시는 19억달러에서 106억달러로 증가할 것 전망이다. 제3자 플랫폼은 현재 미국 온라인 식당 주문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이 식품 배송에도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아마존은 2017년 인수한 유기농식품업체 홀푸드의 ‘밀키트(mealkit, 식자재 세트)’를 유료 회원인 아마존프라임 고객에게 판매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미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 월마트와 2위 크로거도 자체 배송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이들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배달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음식과 식료품도 싸고 빠르게 집에서 받기를 원하고 있다.

유럽이나 동남아시아에서도 음식료 배달은 일상이 되고 있다. 유럽에선 딜리버루(Deliveroo), 볼트(Wolt) 같은 배달 플랫폼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고, 동남아에선 차량공유업체 그랩(Grab), 고젝(Go-Jek) 등이 고객을 늘리고 있다.

WSJ은 “식당과 슈퍼마켓은 더이상 매장에서 성장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적자를 감내하려고 한다”면서 “지금은 전체 식품 소매 시장에서 배달 비중이 낮더라도 앞으로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윌리엄블레어에 따르면 미국 온라인 음식 배달 시장은 현재 250억달러(약 28조4200억원)에서 2022년 620억달러(약 70조48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미국 온라인 식품 판매 시장이 2017년 170억달러(약 19조3300억원)에서 2022년 860억달러(약 97조7600억원)로 5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음식과 식료품을 합치면 배달시장은 미국에서만 현재 50조원에 이르고, 2022년엔 17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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