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아니타 경마장서 5개월새 경주마 23마리 죽어…동물학대 논란

미 최대 경마장 산타 아니타 파크, 사고 이어져

1000경기당 2.42마리 죽음…평균보다 50% 상회

동물보호단체 진상 조사 요구…LA 검찰청 수사 시작

로스앤젤레스 인근  ‘산타 아니타 파크’에서 지난달 7일(현지시간) 조사관들이 경마장의 트랙 표면을 살펴보고 있다.[AP=헤럴드경제]

미국 최대 경마장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산타 아니타 파크’에서 5개월 사이 23마리의 경주마가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원인 파악을 위한 지방 검찰청의 수사가 시작됐으며, 동물 학대 반대 목소리 속에 경마장 폐쇄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초 캘리포티아주 로스앤젤레스 북동부에 위치한 산타 아니타 파크에서는 ‘암 러너’로 불리는 경주마가 경기 도중에 넘어지면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오른쪽 앞다리를 다쳤는데, 안락사가 요구될 정도로 부상이 심했다.

문제는 이번 경주마의 불행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26일 이후 이곳에서 경기 중 부상으로 비극을 맞이한 경주마가 23마리에 이르고 있다. 지난 2017년에도 이 곳에선 122일의 경기일 중에 20마리의 경주마가 죽었다.

현지 지역 언론인 루이빌 쿠리어 저널에 따르면 산타 아니타 파크에선 지난 2016년 이래 경마 중 부상으로 43마리의 경주마가 죽었다. 이는 1000경기당 2.42마리의 경주마가 죽은 것으로 미국의 다른 경마장 평균보다 50%나 높은 수준이다.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 경주마가 늘어나면서 이 경마장은 폐쇄됐으며, 정확한 원인 조사 요구와 함께 경마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동물보호단체인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는 가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에게 경마 트랙이나 소유자, 사육사, 기수, 수의사 등을 조사할 독립적인 패널 구성을 요구했다. PETA 부회장은 “수의사와 조련사, 트랙은 말들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경마를 계속 해야하는 지에 대한 투표 발의를 위한 청원도 이뤄지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에서 60만명의 청원 동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경마 업계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마장을 폐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경마는 매년 120억달러의 베팅이 이뤄질 정도로 산업 영향력이 커졌으며, 경마를 금지할 경우 수십 수천만명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산타 아니타 파크의 팀 릿보 운영책임자는 “경마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하나의 커다란 사업이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아마도 지금 있는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마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의 폴 톤코 의원과 공화당의 앤디 바 의원은 경마 관련 항도핑 및 약물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할 책임이 있는 민간 독립 기관을 설립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지난달 제출했다.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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