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앙카라ㆍ이스탄불서 야당 시장 당선 유력…에르도안 ‘타격’

경제난에 대도시서 민심 이반 앙카라 시장직, 25년 만에 야당에 내줘

이스탄불서도 표차 0.28%p 불과 “터키 경제난 속 에르도안 대통령 심판”

터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 후보가 지난 1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모습. [EPA]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정의개발당(AKP)이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치러진 터키 지방선거에서 야당에 사실상 패배했다. 전체 득표에서는 앞섰지만, 선거승패의 지표로 불리는 수도 앙카라에서 25년 만에 시장직을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에 내줬고 이스탄불에서도 일단 근소한 차로 패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AKP측이 선거결과에 이의를 제기해 선거 당국의 당선자 확정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극심한 경제난 속에 치러진 이번 선거결과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터키 국영방송 아나돌루 등에 따르면, 개표가 100% 완료된 1일(현재시간) 현재 수도 앙카라 광역시장 선거에서 제1야당 CHP 소속 만수르 야와시 후보가 50.91%를 득표해 여당 AKP의 메흐메트 외즈하세키 후보를 3.81%p 앞섰다. 터키 지방선거에서 야당 소속 앙카라 광역시장이 배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탄불 광역시장 경쟁에서는 CHP의 에크렘 이마모을루 후보가 48.79%, AKP 후보인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가 48.51%를 얻었다. 두 후보의 득표율 차는 0.28%p에 불과하다.

AKP는 이스탄불과 앙카라의 득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선거 당국에 판단을 구했다고 미국 CNN방송은 전했다.

비날리 옐디림 AKP 이스탄불 시장 후보는 “예비조사 결과 CHP 후보가 2만5000표를 더 받은 것으로 나왔지만, 30만표 이상이 무효”라며 “최고선거관리위원회가 결정하는 후보가 시장직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AKP는 이번 지방선거의 전체(단체장) 성적에서 44.3%를 득표해, 30.1%를 얻은 CHP에 승리했다. 하지만 터키 지방선거에서 앙카라와 이스탄불은 승패의 또 다른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상징성을 지닌다.

CNN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1990년대 시장에 이어 2003년 총리가 된 뒤 터키 정치를 지배해 왔다”며 “최근 터키 리라화 가치가 30% 폭락하고,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터키 젊은이들의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 결과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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