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바마케어 폐지’ 역풍 걱정? 내년 대선 이후로 미뤄

대체입법 처리시점 늦추기로

“공화, 하원장악 못했기 때문”

국경폐쇄도 “지켜보자” 후퇴

 

<pexels.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목청을 높여온 ‘오바마케어(ACA·전국민건강보험법) 폐지’와 ‘미국-멕시코 국경 폐쇄’에서 한발 물러섰다. 오바마케어 폐지는 대체입법 처리 목표 시점을 내년 대선 이후로 미뤘고, 국경 폐쇄에 대해서도 위협을 자제하고 무역 문제를 분리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이는 자칫 재선 가도에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전략적 후퇴’로 풀이된다.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고, 기업들 역시 항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밤 트위터에서 오바마케어에 대해 “보험료와 자기부담금이 너무 높다. 진짜로 나쁜 건강보험”이라며 “공화당은 오바마케어보다 보험료와 자기부담금이 훨씬 더 낮은, 정말로 훌륭한 건강보험을 개발하고 있다. 그것은 오바마케어보다 훨씬 저렴하고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표결은 공화당이 상원 장악을 유지하고 하원을 탈환한 선거 직후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차기 대선과 상·하원 선거는 2020년 11월 3일 동시에 실시되므로, 공화당 대체입법의 표결 시점을 내년 대선 이후로 미룬 셈이다.

이는 오바마케어 폐지를 재선 캠페인의 핵심 의제로 내세우려던 선거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현 상황에서 대체입법이 의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낮은 데다 아직 공화당 내에서 대체입법도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여권 내에선 충분한 준비 없이 오바마케어 폐지 문제를 건드렸다간 오히려 역풍이 불어 선거 국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대체입법 표결 시점을 미룬 것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가 하원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선 국면에서 그러한 싸움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공화당 인사들의 경고에 귀 기울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엄포를 놨던 멕시코 국경 폐쇄 문제에 대해서도 어조를 낮췄다.

그는 “필요하다면 멕시코 국경을 폐쇄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최근 며칠간 멕시코가 남쪽 국경에서 수천 명을 체포했으며 그와 같은 조치가 이민 상황과 관련해 큰 차이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국경 폐쇄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공화당 의원들과 기업 단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경을 폐쇄하지 말라고 촉구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공화당 원내 사령탑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2일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 폐쇄 절차를 밟지 않길 바란다”면서 “국경 폐쇄는 우리나라에 잠재적으로 재앙적 경제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 등 다른 공화당 중진들도 국경 폐쇄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상공회의소, 전미제조업협회(NAM) 등 주요 경제 단체들도 국경 폐쇄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제프 모슬리 텍사스기업협회(TAB) 회장은 “멕시코 국경 폐쇄는 텍사스 주를 경제적으로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백악관 관료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 폐쇄 위협에서 무역을 제외시키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폐쇄 위협에 대한 기업들의 불만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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