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맛있는 ‘가짜’가 뜬다

‘가짜고기·우유’ 등 식물성단백질

채식주의 인기 힘입어 시장 ‘쑥쑥’

‘건강 의식’ 소비자들도 지갑 열어

#직장인 김미나(32) 씨는 이른바 ‘리듀스테리언’(Reducetarianㆍ육류 소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고기를 덜 먹고 우유 대신 아몬드나 귀리, 콩으로 만든 음료를 즐긴다. 라테(Latte)를 마실 때는 스타벅스처럼 ‘식물성 우유’ 옵션이 갖춰진 곳만 찾는다. 

김 씨는 “건강은 물론 동물 복지와 환경에 대한 가치관이 고기를 줄이게 된 이유였다”며 “5년 전 공장식 축산과 도축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본 뒤 고기를 잘 먹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진짜 고기가 아닌 콩고기로 식단을 바꿔, 고기 맛을 즐긴다”고 덧붙였다. 

20190404000605_0‘리듀스테리언’들은 ‘가짜’를 선호한다. 엄격하게 채식을 고수하진 않지만, ‘가짜 고기’를 먹고 ‘식물성 우유’를 마신다. 이들이 ‘가짜’를 선호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맛있고, 건강하고, 윤리적이며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주류 소비세력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1980년 초반~1990년대 출생) 사이에선 이 같은 이유를 식품 소비의 주요 가치로 인식하고 있다.

‘가짜 고기’, ‘가짜 우유’로 불리는 식물성 단백질 시장은 채식주의자를 포함한 다양한 소비층을 등에 업고 날로 커지고 있다.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는 대체육 시장의 문은 빠르게 열렸다.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 세계 고기 대체식 시장 규모는 42억 달러(한화 약 4조7500억원)에 달했다. 2025년엔 75억 달러(한화 약 8조52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미국 현지에서 대체육을 먹는 사람들은 교육과 소득 수준이 높고 지속가능성과 환경, 동물복지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인 것으로 분석됐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대체육 기업들은 식물성 고기 역시 ‘고기’로 규정하며 육식을 하는 사람들에게 식물성 고기도 먹으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식물성 우유 시장의 성장도 가파르다. 시장조사기관 이노바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2010년 74억 달러(한화 약 8조 3000억 원) 규모였던 전 세계 식물성 우유 시장은 2018년 163억 달러(한화 약 18조 3000억원)로 성장했다.

채식 시장이 작아 대체식품을 찾기 어려웠던 채식주의자, 채식을 하진 않더라도 고기 섭취를 줄이고자 했던 사람들에게 ‘가짜’ 고기와 우유는 훌륭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

환경보호와 동물 복지 등의 가치관을 이유로 고기 대신 대체 식품을 선택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경희대학교 채식 동아리를 만든 장휴리(23) 씨는 “교내에서도 환경과 동물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기를 줄이고, 대체식을 찾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색다른 미식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도 ‘가짜’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푸드 큐리어시티’(Food curiosityㆍ식품 호기심)가 왕성한 사람들이다.

문정훈 교수는 “새로운 음식이 나오면 먹어봐야 하는 호기심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식품 카테고리인 식물성 고기에 대한 선택이 높다”며 “이들은 평소 육식을 하지만 햄버거를 먹을 때엔 한 번씩 식물성 고기를 먹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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