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체육계의 흉흉한 소문에 대한 공개질의

 

이미지중앙 지난 2월 27일 국가대표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사진=대한체육회] 

한국 체육계에 요상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아니, 보다 적확하게 표현하면 요상하기보다는 참담하고, 안타까운 이야기기다. 바로 ‘대한민국 체육대통령’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내년 총선에서 보수야당의 비례대표로 출마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헌법이 공무담임권을 보장하는 까닭에 그의 정치도전은 명목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헌법 제25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

문제는 그의 삶의 궤적을 보면 이 새로운 도전이 참 고약하다는 점이다. 먼저 지난 일을 반추해보자. 이기흥 회장은 2016년 10월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기적같이 당선됐다. 당시는 탄핵은 물론 최순실 국정농단이 알려지기 전으로 최순실-박근혜-김종으로 이어지는 적폐가 한국체육을 좌지우지할 때다.

당시 김종 차관과 정권은 대놓고 이기흥을 반대했다. 대신 이기흥 후보는 당시 야당, 지금의 여당 쪽과 호흡을 맞췄다. 실제로 현 정권의 체육실세인 A 국회의원도 이기흥 회장을 도왔다. 그의 당선에는 박근혜 쪽에서 3명의 후보가 나온 것이 밑바탕이 됐다. 어쨌든 그후 탄핵과 함께 정권교체가 이뤄졌으니 이기흥 회장은 ‘천운을 타고 난 사람’, ‘날개를 단 호랑이’로 불렸다.

그로부터 2년반이 지났다. 대한민국 체육계에서 이기흥 회장만큼 욕을 먹는 사람도 없다(모르겠다. 모 대학의 B교수가 있지만 성격이 좀 다르다). IOC위원 셀프추천, 평창올림픽 갑질 파문, 그가 임명한 대한체육회 임원들의 엽기적인 행동, 엉망이 된 대한체육회 조직, 독선이 만들어낸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갈등, 그리고 결정적으로 ‘스포츠 미투’ 때 보여준 문제의 언행까지. 체육시민단체가 그의 퇴진을 요구하고, 앞서 언급한 A 국회의원은 TV와 국회에서 이기흥 책임론을 말하고 있다. 또 선거 때 그를 도왔던 이들도 몇몇 측근만 싸고도는 조직운영에 화가 나 돌아서고 말았다.

대한체육회 고위 직원에 따르면 이기흥 회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차다. 사석에서는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 육두문자를 붙이고, 지방 체육회 회장선출과 관련해 전국을 돌며 자신의 장악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A 국회의원과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선을 긋는다.

이미지중앙 지난 1월 15일 대한체육회 이사회가 열리는 현장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체육 관련 시민단체 회원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기흥 회장은 현역 대한체육회장이라는 영향력 말고도, 불교라는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회장으로 불교계 입지가 탄탄하다. 대한체육회와 불교, 이 두 가지 강점을 바탕으로 보수야당과 접촉해 금뱃지를 단다는 것이다.

대한체육회의 C 이사는 “소문이 파다하다. 수완이 좋은 이기흥 회장이 1차적으로 내년 자신이 가진 힘을 바탕으로 보수야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입성을 노리고, 이후 도쿄 올림픽이 끝난 후 대한체육회장 재선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올초 대한체육회 인사 때 뜬금없이 보수야당 소속인 광역단체장을 체육회 부회장으로 영입한 것이 대표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이기흥 회장은 체육계 적폐를 청산하고, 대한체육회를 중심으로 한국체육이 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렸다. 그래서 대한체육회 직원들의 복지를 강화하고, 스스로는 월급도 없고, 심지어 판공비와 전용차 지원까지 쓰지 않는 등 일부 좋은 모습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이제 대한체육회장이라는 자리를 개인의 입신영달에 이용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이기흥 회장의 정치진출은 정치로부터의 체육 독립이라는 법 개정과, 스스로 외친 대한체육회 자립 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정치를 하고 싶다면 대한체육회장 소임을 제대로 마친 후에 시도하는 것이 온당하다.

만일 그를 둘러싼 소문이 억측이라면, 스스로 확실하게 입장을 밝혀 루머 확산을 막는 것이 현명하다. 그래서 공개적으로 묻는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혹시 내년 총선에 어떤 식으로든 출마를 시도할 생각입니까?그리고 연초 인사 때 주요 보직에서 물러나게 한 측근들을 다시 기용한다는 얘기가 맞습니까?’ 이래저래 고달프기만 한 한국체육계가 당신에게 눈을 크게 뜨고 질의하는 겁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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