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반체제 시위의 상징 ‘백의의 여성’

억압의 대상이었던 여성들…수단 시위 전면에 나서

“수단 여성의 저항력과 회복력, 정부의 탄압 극복하고 있어”

과거 독재 정권 저항 때도 여성 역할 커…SNS로 여성 활동 부각

8일(현지시간)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서 흰옷을 입은 여성이 홀로 시위대 가운데 서서 혁명을 외치고 있다. [출처=트위터 캡처]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한 젊은 여성이 홀로 군중 위에 올라선다. 그는 군중들을 향해 ‘혁명의 노래’를 부르라고 촉구한다. 흰색 옷 차림의 이 여성은 반체제를 외치며 정부와 맞서고 있는 수단 시위대를 고무시켰고, 어느덧 그는 반체제 시위의 ‘상징’이 됐다.

30년 철권통치를 이어온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는 요구하는 시위가 유혈사태까지 번지고 있는 가운데, 한 여성이 최근 수단 반체제 시위의 상징으로 부상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8일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서 흰 옷을 입은 여성이 군과 정보부 요원을 앞두고 군집해 있던 수 만명의 시위대 가운데 홀로 올라서서 ‘혁명의 노래’를 이끌었으며, 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오늘날 시위대의 ‘희망’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위에 참가한 라나 하룬이라는 여성은 CNN을 통해 자신이 ‘백의의 여성’을 직접 촬영했으며,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려고 노력했고, 그것을 해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 여성의 행동이 체제 하에 억압받고 있던 여성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며,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다”며 “그때 나는 이것이 나의 혁명이자 우리의 미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가디언은 최근 몇 달간 이어지고 있는 수단 시위에서 이 ‘백의의 여성’과 같이 ‘여성’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말 첫 시위가 일어난 이후 많은 유명 여성 운동가들이 반체제 운동에 앞장섰고, 정부에 의해 억류됐다.

현재 시위 지도자들과 접촉 중이라고 밝힌 사라 압델갈릴 수단 의사협회 영국지부장은 “이 정권은 변화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여성들을 짓밟을 수 없었다”면서 “수단 여성의 저항과 회복력은 정부의 탄압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국제인권감시기구의 보고서는 수단의 안보기관이 단속 기간동안 여성들을 어떻게 억압해왔는 지 설명하고 있다. ‘공공질서 경찰’은 바지를 입거나, 머리카락을 드러내거나, 혹은 이성과 차를 함께 탄 여성들을 체포했다. 또한 보고서는 간통을 포함한 도덕범죄에 대한 처벌로 수단이 여성들과 소녀들에게만 차별적으로 채찍질이나 돌팔매질 등의 체벌을 내려왔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변혁의 움직임 속에서 여성들의 활동이 두드러진 것은 오늘날의 일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과거에도 여성들은 군사 독재 정권에 대항하는 시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고 덧붙였다. SNS의 대중화가 여성들의 활동을 자주 부각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제인권감시기구의 쟌느 앙리는 ”여성들은 역사적으로 수단의 정치 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이들은 이 정권 하에 여성은 모든 종류의 억압과 ‘동의어’다”고 표현하며 “여성들이 오늘날의 수단 시위를 자신들에게 중요한 것을 바꿀 수 있는 기회로 보고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만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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