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술 생산기지 국내 ‘U턴’…주류산업 발전 기폭제 기대

종량세 방식 전환 골자 연구용역 이달 마무리

맥주업계, 수입맥주와의 역차별 해소에 “환영”

위스키 등 고급주 가격인하 여지 경쟁력 상승

국내생산 확대 땐 고용늘어 경제에도 긍정적

기획재정부가 주세 개편안 마련을 위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의뢰한 관련 연구용역 결과가 이달 중으로 나올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 주세 개편안이 주류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류업계와 소비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대형마트 내 수입맥주 코너를 살피는 소비자 모습. [연합=헤럴드]

50년만에 기존 종가세(從價稅)에서 종량세(從量稅) 방식으로 전환하는 주세 개편이 추진되면서 주류업계는 ‘기대반 우려반’이다. 종가세가 주류 출고가에 세금을 매긴다면, 새롭게 도입 검토 중인 종량세는 술의 용량 또는 알코올 도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일부 주류 가격 인상 여지가 있으나, 그간 세금 부담으로 제조사들이 생산을 꺼렸던 고급주 생산이 장려되면서 주류산업이 보다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기존 주세법을 피해 해외에서 생산해온 일부 주류도 국내에서 생산돼 경제 활성화 효과 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구용역 이달 마무리…국산맥주업계 기대감=10일 기획재정부와 주류업계 등에 따르면 기재부가 주세 개편안 마련을 위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의뢰한 관련 연구용역 결과가 이달 중 나온다. 이를 기재부가 검토해 최종 안을 마련하면 국회에서 본격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종량세로의 개편 움직임에 국산 맥주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국산맥주와 수입맥주 모두 세율은 72%로 동일하지만 과세표준에 차이가 있다. 국산 맥주는 제조 원가에 판매관리비와 이윤 등을 더한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지는 반면, 수입맥주는 관세를 포함한 수입신고가격이 과세표준이다. 따라서 소비자가격이 수입맥주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면서 국산 맥주업계는 역차별을 호소해왔다.

이같은 구조 때문에 국내에서 맥주를 생산하는 것보다 수입해 파는 것이 유리해 그간 국내 업체들은 맥주 수입에 눈을 돌려왔다. 최근에는 국산 브랜드 맥주를 역수입하는 사례도 나왔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6월 카스의 러시아월드컵 패키지 중 740㎖ 캔을 미국 공장에서 생산해 국내로 들여왔다. 가격은 기존 같은 용량 제품에 비해 12% 싸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생산 맥주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면 현재 30% 수준으로 떨어진 공장 가동률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다만 오비맥주가 종량세 도입 전 카스 등의 출고가를 미리 올린 점이 국산맥주 가격 인하 기대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재료비 인상 등 오비맥주가 밝힌 가격 인상 요인이 다른 업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종량세 개편이 이뤄지더라도 출고가 인하 여부는 확언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또한 소매점 가격은 떨어질 수 있지만 주점이나 음식점 판매 가격은 업주 재량에 달린 부분이라 업소용 제품의 가격 인하 여부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업계 관계자는 귀띔했다.

▶해외생산 눈돌리던 수제맥주ㆍ위스키업체도 반색=종량세로 개편 시 대기업 맥주 제조사와 마찬가지로 위스키업체와 수제맥주 업체도 국내 생산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위스키의 국내 생산 비율은 5%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 가운데 토종 위스키업체 골든블루는 중장기 신사업으로 국내에서 원액을 생산하는 ‘K프로젝트(코리안 위스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현재 증류소 준공 부지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다만 현행 종가세에선 국내 생산시 해외에서 생산해 수입하는 것보다 높아지는 세금이 골칫거리다.

골든블루 관계자는 “종가세가 유지될 경우 최악의 상황에선 한국에서 만든 원액을 해외로 가지고 나가 병입해 다시 들여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종량세로 가는 것이 세계적 트렌드이기도 한 만큼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간 국내 수제맥주업체도 해외 생산기지로 눈을 돌려왔다. 유명 수제맥주 브랜드인 더부스는 경기도 판교 양조장 운영을 중단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유레카 양조장에서 생산한 맥주를 역수입해 유통하고 있다. 플래티넘도 높은 세금 부담 탓에 2011년부터 중국 맥주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오다 최근에야 한국 증평에 두 번째 공장을 설립했다. 이외 일부 수제맥주 업체들도 해외 생산 및 수입을 검토 중이다. 수제맥주협회는 수제맥주가 위스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종량세 도입이 이뤄져 한국이 경쟁력 있는 맥주 생산기지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주류 제조원가에 세금을 매겨 출고가로 나가다보니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위해 고급 원료ㆍ포장재 사용을 꺼리고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등 주류산업이 위축되는 면이 있었다”며 “국산 주류 품질 향상과 산업 발전을 위해 주세체계가 개편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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