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위 떠다니는 90만개의 쓰레기…‘우주 청소’도 이제 ‘비즈니스’

‘우주 패권’ 둘러싼 국가 간, 기업 간 경쟁 격화

“우주 파편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케슬러 신드롬’ 우려 격화”

일본 우주 청소업체, 1억 3200만 달러 투자 유치

[게티이미지뱅크=헤럴드]

지구의 공전 궤도 상에 떠다니는 수 많은 ‘우주 잔해물’을 제거하는 이른바 ‘우주 청소’ 시장을 둘러싼 전 세계 기업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유럽우주연합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불과 2000km 채 떨어지지 않은 궤도 상에 존재하는 1㎝보다 큰 파편의 수는 90만 개에 달한다. 이 파편들은 시간당 4만 ㎞의 속도로 빠르게 이동, 전문가들은 이들의 에너지가 수류탄의 폭발력과 맞먹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민간기업마저 우주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우주 잔해물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덩달아 궤도를 따라 이동하는 위성이나 우주 정거장이 파편과 충돌하면서 파괴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일본의 아스트로스케일(Astroscale)을 예로 들며, “궤도 상에 떠다니는 우주 잔해들로 위성과 우주 정거장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항공우주업체 로켓랩(Rocket Lab), 영국의 리무브데브리스(Remove DEBRIS)와 같이 아스트로스케일은 폐기된 로켓 부품과 위성을 없애는 것을 핵심 비즈니스로 삼고 있다.

아스트로스케일의 창업자이자 CEO인 오카다 노부는 “우주를 청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에 대해서도 알고, 바다를 정화해야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알고 있지만, 우주 잔해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스트로스케일은 이번주 미국에 사무실을 차린 데 이어 1억 32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자산개발사인 미쓰비시 자산과 벤처캐피탈인 SBI 투자, 그리고 항공그룹인 ANA 홀딩스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오카다 씨는 우주 잔해를 치우는 회사가 이렇게 많은 투자를 받은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미국 아틀란타의 우주컨설팅업체인 아스트랄리틱의 로라 포치크는 “최근까지만해도 궤도 위 잔해 제거를 통해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금전적인 이득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이것이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 될 수 있음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헤럴드]

우주를 떠다니는 ‘파편’의 수는 ‘우주 진출’을 둘러싼 국가간, 기업간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더욱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우주 파편을 제거하는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이란 뜻이기도 하다. 실제 스페이스X나 아마존과 같은 민간기업들은 나노위성이라고 불리는 저비용 로켓을 궤도로 쏘아올리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오는 2045년까지 우주 청소 시장이 2조 700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주 잔해들이 다른 잔해나 인공위성과 연쇄적으로 부딪히면서 결국 ‘우주 쓰레기’가 지구 궤도 전체를 뒤덮을 것이라는 이른바 ‘캐슬러 신드롬’에 대한 정부들의 우려와 인식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1967년 조약에 따르면, 기술의 실패나 충돌로 인해 발생한 파편에 대한 책임은 위성을 쏘아올린 국가에 있다. 전문가들은 이 사실이 정부가 우주 정화 노력에 자금을 댈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스트로스케일은 오는 2020년 초에 첫 임무를 시작할 계획이다. 오카다 CEO는 “우리의 방법은 위성을 보내 파편들의 움직임을 동기회시키는 기술을 통해서 파편을 수거하는 것”이라면서 “그런 다음 이를 대기로 가져와서 태운다”고 말했다.

다만 아스트로스케일의 ‘기술’이 우주 파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할 문제다.

로켓랩에 투자한 샌프랜시스코의 벤처캐피탈 회사의 매트 오코는 “지금까지 우주 궤도의 잔해물을 청소하는 것에 대한 여러가지 훌륭한 아이디어와 테스트들이 진행됐지만, 장기적으로 믿을 만한 전망이 있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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