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에 주세(酒稅) 손질…맥주 값 내릴까

조세재정연구원 개편안 윤곽

맥주, 최대 1000원 인하 가능성

와인·위스키 가격도 내릴 듯

소주·생맥주는 인상 우려

50년 만에 국내 주류 시장의 가격 판도가 확 달라질 전망이다. 주류 출고가에 세금을 매기는 기존 종가세(從價稅)를, 술의 용량 또는 알코올 도수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從量稅)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향이 검토되면서 주류 가격에 어떤 변화가 생길 지 업계 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련기사 3면 10일 기획재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기재부가 주세 개편을 위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의뢰한 관련 연구용역 결과가 이달 중 나온다. 연구원에 따르면 개편안 윤곽은 어느 정도 나온 상태로,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연구 결과를 기재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1969년 종가세가 자리잡은 이후 50년만의 주세개편 논쟁에 불을 지핀 국산 맥주 값은 최대 1000원 가량 내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주세법 개정 법률안에 따르면, 맥주 1ℓ당 835원 과세 기준 시 국산맥주는 캔 500㎖ 기준으로 363원 인하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국산 맥주에 붙는 세금이 내리더라도 소비자가 인하로까지 이어지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오비맥주 등이 이미 기존 출고가를 올리면서 재료비 인상 등을 이유로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매점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맥주의 주 소비시장인 주점이나 음식점의 경우 업주 재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어 업소용 제품의 경우 가격인하 요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종량세 개편으로 가장 가격 메리트가 커지는 주류는 수제맥주가 꼽힌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소매점에서 4000~5000원 수준인 판매가가 1000원 가량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와인과 위스키, 프리미엄 소주 등의 고급 주류도 대체로 가격이 내려갈 전망이다. 숙성 등 제조 과정에 비용이 많이 들고 고급 병과 패키지 사용 등으로 원가가 높기 때문에 현 종가세 제도에선 세금도 높게 책정될 수 밖에 없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종량세로 전환할 경우 알코올 도수 40도 기준 위스키 주세액은 72.4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서민 술 대표주자인 소주는 종량세로의 개편시 출고가 인상이 예상된다. 제조원가가 낮기 때문에 출고가 기준 종가세에서 알코올 1리터당 비율로 세금이 부과되는 종량세로 전환 시 세금이 더 오를 수 있다. 20도 소주를 기준으로 약 10% 세금이 추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소주 가격을 변동 없이 유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업계에선 이번 주세 개편 논의에서 소주는 제외될 가능성도 거론한다.

종량세가 적용되면 ‘호프집에서 간단히 생맥주 한잔’도 부담스러워질 가능성이 있다. 원가가 낮은 생맥주는 기존 출고가 기준에서 용량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질 시 가격이 다소 오를 수 있다는 게 업계 및 전문가 예상이다. 일각에선 생맥주 값이 최대 1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와함께 수입맥주도 저가 제품은 가격 인상 소지가 있다.

주세 전문가인 정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와 관련 “수입맥주와 형평성 문제가 있는 국산맥주의 종량세 전환이 급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부터 해결하고, 나머지 주종은 부작용 등을 봐가면서 단계적ㆍ점진적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더라도 국회 논의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기재부가 이를 토대로 최종 개편안을 내놓는데, 이 또한 업계의 복잡한 이해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조속한 도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든 주종에 종량세를 일괄 적용할 경우 일부 주종에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도 필요하다. 따라서 국회에서 본격 논의가 이뤄지는 건 이번달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연구용역 결과가 우선 나와야 하기 때문에 (주세 개편안) 논의 시기에 대해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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