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10억불 기부?… ‘레미제라블’은 없다…불평등ㆍ첨탑복원 ‘논란’

“대기업ㆍ부호 수 천억 기부하면서 불평등 해소에는 무관심” 비판

조세 회피 용도ㆍ이미지 세탁 위해 국가적 비극 악용 비난

첨탑 복구 시 현대적 기술 접목 여부도 논란

화재 이틀 후인 17일(현지시간) 드론으로 촬영한 노트르담 성당이다. 첨탑이 있던 자리와 지붕이 뻥 뚫려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AP=헤럴드]

화재 이틀 후인 17일(현지시간) 드론으로 촬영한 노트르담 성당이다. 첨탑이 있던 자리와 지붕이 뻥 뚫려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AP=헤럴드]

노트르담 성당 화재 이후 프랑스 정부가 성당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부호들의 ‘고액 기부’ 행렬과 성당 복원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기부에 나선 기업들은 국가적 비극을 ‘이미지 세탁’, ‘조세 회피’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성당 재건에는 수 천억 원을 쾌척하면서 정작 사회 불평등 문제 해결은 외면하고 있다는 공격을 받고 있다. 현시대의 기술에 맞는 새로운 첨탑을 세우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노트르담 성당이 원래 모습을 보존해야한다는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17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노트르담 성당 재건을 위한 기금은 모금 이틀 만에 9억 유로(한화 약 1조 1500억 원)를 훌쩍 넘겼다. 유력 기업들이 고액의 기부금을 통해 재건 활동에 동참한 덕이 컸다.

명품 브랜드 구찌를 소유하고 있는 피노 프랭탕 레두트(PPR) 그룹의 프랑수아-앙리 피노 회장은 1억 유로를 내놨다. 그의 라이벌이자 프랑스 최고 부호인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도 2억 유로를 기부했다.

거액의 기부금 행렬은 단숨에 ‘노란조끼 시위’ 이후 국가적 화두로 부상한 사회 불평등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프랑스 노동 총연맹 필립 마르티네즈 위원장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한 번에 1~2천억 씩 쉽게 기부하는 장면은 이 나라의 불평등을 여실히 보여준다”면서 “기업들은 더이상 불평등 해소를 위해 지불할 돈이 없다는 말은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올리비아 푸리올은 가난한 자들의 삶을 다룬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을 인용, “위고는 노트르담을 구하기 위해 나선 모든 기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그들이 레미제라블(불쌍하고 비참한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할 것을 제안한다”고 촉구했다.

기업들이 기부를 조세 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난도 일었다. PPR 그룹이 기부 계획 발표 당시 기존 자선 단체 기부 시 적용받는 60%의 세금 공제를 90%까지 올려달라는 제안을 하면서다.

급진 좌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마농 오브리는 기부자 명단이 “조세 회피처에 있는 기업과 사람들의 명단 처럼 보인다”면서 “기업들이 세금을 내는 것부터 잘하면 국가 문화예산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성당 재건 과정에서 현대식 기술과 디자인을 적용해야할 지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17일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소실된 첨탑의 재건 설계를 국제 현상공모에 부치기로 했다면서 “현시대의 기술과 경향에 맞는 새로운 첨탑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세 고딕 건물의 대표적 걸작인 노트르담 성당은 원형 그대로 재건돼야 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프랑수아 드 마제레스 베르사유 시장은 “이 건물은 정체성을 회복해야 할 상징적 건물”이라면서 “현대의 소재가 삽입된다면 사람들은 원래 건물이 담고 있던 정체성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Print Friendly